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김병만 | 실크로드 | 256쪽 | 13,000원
(Photo : )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김병만 | 실크로드 | 256쪽 | 13,000원

개그콘서트를 보면 '달인을 만나다'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김병만이라는 개그맨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속임수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달인처럼 묘기를 하면서 순간순간 '애드립'으로 웃음을 줬습니다. 시청할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참 힘들게 돈 번다. 다른 개그맨들은 몇 마디 말장난(?)으로 쉽게 버는데, 저 사람은 위험하기까지 한 저 행동들을 하면서 돈을 버네?' 3년 정도 그 코너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위험한 행동을 하는 김병만이라는 사람을 볼 때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아하! 이런 사람이어서 그렇게 살았던 거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 참 진국이다.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4번, KBS에 3번을 떨어지고, 백제대 방송연예과 3번, 서울예전 연극과 6번, 전주우석대, 서일대, 명지대... 모두 떨어졌습니다. 집에서 아무리 열심히 웃기는 개그를 짜고 수만 번 연습을 해도, 오디션 심사위원 앞에만 서면 얼어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키 158.7cm, 연기학원에서 나름 인정을 받았지만, 그 신장으로 인해 단역 출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나란 사람은 개그맨이 될 수 없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유명인이 된 지금도 키는 콤플렉스지만, 키를 탓하기보다는 키 때문에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좌절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너무 많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전라북도 완주군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항상 가난함 속에서 살았던 그는 무작정 서울에 왔지만 잘 곳이 없었습니다. 겨우 보증금 없는 월 10만 원짜리 하숙집을 얻었는데, 원래 옥상에 있는 물탱크 창고였습니다. 난방이 되지 않아 바깥 공기와 같은 장소였고, 이렇게 이사한 횟수가 18번이었습니다.

대학로 연극 공연장을 찾아가 막내로 청소를 마친 후 무대 위에서 잤고, 지하 공기가 너무 안 좋아 기침과 감기 몸살이 생기면 병원이 아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가서 노숙을 했습니다. 공중화장실에서 새벽 3시에 몸을 씻다가 건물관리인에게 거지 취급을 당하기도 했고, 계속되는 오디션 탈락에 수면제 40알을 모으기도 했고, 건물 옥상 난간에도 서 봤지만, 비참하게 좌절하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7번의 낙방만에 KBS 공채 개그맨에 합격을 하죠.

그래서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뛰지는 못하지만, 쉬지 않고 계속 기어간 거북이처럼 살았습니다. '산다기보다 하루를 버텼습니다'라는 그의 말이 참 가슴에 와닿습니다. 연극을 할 때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선배가 술을 마시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같이 술을 마시면서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다 받아 적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술에 깨 일어나면 깨알같이 빼곡하게 노트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런 성실함과 정확한 목적성이 후에 빛을 발합니다. 신인 시절 이수근과 함께 '무사'라는 개그로 코너와 코너 사이 잠시 쉬어가는 녹화 기회를 얻었는데, 감독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아이템 몇 개나 있어요?" "150개 있습니다." "에이, 거짓말 말고." "여기 다 적어놨는데요?" 감독은 1번부터 15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개그 아이템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의 이야기가 참 와닿았습니다. 개그콘서트를 보면 새롭게 시작되는 코너가 '재미는 있는데, 소재가 별로 없겠다. 오래 못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정말 몇 번 방송하다가 끝나버리는 경우를 참 많이 봤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습니다. 너무 점프를 많이 하다 발목이 아팠지만 기회를 잃을 것 같아 참고 했습니다. 그러다 병원을 갔는데 양쪽 발목이 부러진 겁니다. 3년 동안 복사뼈 바로 아래쪽 물렁뼈가 골절된 것을 모르고 살았던 거죠.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기회를 잃을까봐 그냥 지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김병만의 발목에는 부러진 뼛조각이 그대로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얼마 전 '키스 앤 크라이(Kiss and cry)'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생전 처음 피겨스케이트를 탔는데 운동신경 때문인지 참 잘했습니다. 그런데 전문 스케이터와 파트너를 이뤄 연기를 하던 어느 날, 너무 고통스러워하며 얼음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김연아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들었습니다. 발목에 있는 뼛조각이 영향을 주었던 것이죠. 그 고통을 인내하며 성실함과 연습으로 사는 김병만이라는 사람을 보며, '목사도 성도도 저렇게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책 말미에 이응진이라는 유명한 드라마 PD이자 제작국장의 김병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금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병만은 나를 웃기지 못한다. 나는 그의 개그를 보면서 웃지 못한다. 김병만은 나를 웃기지는 못하지만 날 울게 하는 개그맨이다. 얼마 전 김연아 선수가 진행하는 '키스 앤 크라이'를 봤다. 채플린 분장을 한 김병만의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면서도 울었다. 그의 개그에는 눈물의 씨앗이 들어있다. 그가 온몸으로 만들어내는 '달인을 만나다'의 코너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어떤 정신으로 살고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불쑥 전화를 하면 병만은 꼭 전화를 받는 스타다. 스타들은 반짝이기만 할 뿐 전화 따위는 한 번 만에 잘 안 받는다. 그래야 스타인 줄 아는 세태다. 근데 병만은 스타이면서도 전화를 받는 기묘한 별이다. 숏다리 오척 단신에, 납작한 얼굴, 그는 여전히 시골스럽고 인간적이다. 아니 겸손하다. 무대 위에서도 그의 인간성은 엿보인다. ... 김병만은 달인이 아니다. 그가 달인이라서 사람들이 웃고 감동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그의 노력에 웃는다. 사람들은 그의 성실에 감동한다. 그가 코너마다 털어넣었을 온몸과 마음, 그가 이겨냈을 고통과 인내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칭찬과 격려보다는 불평과 비난이 더 팽배해지고 말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웃음을 전하기보다는,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속에서 찡그린 얼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력과 향기를 주기 보다는 나도 모르게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교회가 마지막 소망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도가 어둠과 악취를 제거하는 사랑의 아이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종교적인 책은 아니지만, '김병만'이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내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신실한 사람!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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