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으로 목사가 아니고 강도사로서 교회 개척을 시작했다. 그러니 얼마나 배울 것이 많이 있었겠는가? 새벽기도도 체질화 되어 있지 않았고 철야기도도 물론 체질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전도사 시절에 학생들을 이끌며 많은 날을 새벽기도도 하고 철야도 했지만 목회를 하면서 계속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교회 개척을 시작할 당시 너무나 교인들이 없어서 새벽기도를 가면 집사람은 일 나가고 언제나 어머님 한 분 뿐이었다. 어머님도 교인인데 설교를 해야 했고 참으로 곤란하고 어색한 것이 새벽기도회였다. 그래서 나는 무슨 틈만 나면 구실을 삼아 새벽기도회를 빠지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 나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으시는 것이었다. 목사가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를 깨우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와 가끔 언성을 높여 싸움을 해가면서 끌려 나가듯이 교회를 간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날이면 설교는 더 더욱 하기 싫어졌다. 그러나 혹시 다른 사람이라도 올지 모르니 설교를 해야 했다. 이렇게 2년을 지나면서 나는 정말 기운이 다 빠져갔다. 새벽기도는 왜 하는 건지 피곤한데 정말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잠을 잘 만큼 자고 일을 한다면 얼마나 더 효과 있게 목회를 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하나님이 길들이기 시작하셨다. 교회를 네 번째 이사를 가던 곳에서부터 렌트비로 고생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처음에 Landlord와 계약을 하기를 렌트비를 못내는 것이 1달이 넘으면 자동적으로 Marshal을 붙여서나가는 것으로 했던 것이다. 그때는 믿음으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을 확신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조건으로 계약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렌트비를 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이면 한 달이 넘어가는데 이제 쫓겨날 생각을 하니 정신이 들었다.

그래도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기도가 아니었다. 교인 중에 누가 이 렌트비를 낼 수 있는가를 계산해 본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렌트비를 낼 사람은 없었다. 모두 가난할 뿐 아니라 돈이 있다할지라도 신앙이 따라 주지 않아서 말을 할 수 없는 처지들이었다. 그래서 생각하다 못해 찾아간 곳이 교회였다.

한 밤중에 교회를 가니 거기에는 어머니가 철야를 하고 계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고 항상 너무 그러시면 병이나니 집에 가서 주무시라고 했는데 내가 나타나니 어머니가 놀라하셨다. 한 밤중에 기도하러 온 목사를 보고 어머니가 놀랄 정도였으니 내 영적인 상태가 얼마나 한심한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상황 설명을 드린 후에 정말 간절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렌트비를 주세요… 안 그러면 또 쫓겨납니다…. 처음에 교회를 개척하고 쫓겨나 본 경험이 있기에 나는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오는 것을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세면과 아침 식사를 하고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그날은 심방이 아침부터 잡혀 있어서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집은 심방가기 싫은 곳이었다. 그 집의 주인 되는 집사님은 심방을 오라고 하면서 꼭 심부름을 시키기 때문이었다. 뭐 마켓에 들려서 콩나물을 사오라고 한다든지, 아니면 그날 자기가 차를 어디에다 맡겨야 하는데 그리로 와서 자기를 데리고 가라고 하는 그런 치사한 것들을 심부름으로 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어디에 있는 Chinese 음식점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본인이 거기 근처에서 일을 보고나면 자기를 태워서 자기 가게로 ride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분을 내가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목사의 직은 누구에게나 가야하는 것이라서 나는 그날도 힘이 빠진 상태로 그분을 뵈러 심방을 갔다.

나는 될 수 있으면 기도를 하고 빨리 그분의 가게를 빠져 나오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그분이 내가 가려는 것을 보고는 하는 말이 "목사님, 혹시 뭐 필요한 것 없으신가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이 나한테 뭐 다른 것을 시킬 것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아 잽싸게 "뭐 별로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분이 하는 말이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이었다. "혹시 돈 같은 것 말이예요…" 나는 그 말에 너무도 놀라하며 "네, 돈은 필요하지요." 하고 말을 해버렸다. 그리고는 그 돈이 어디에 필요한가를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자기의 셔츠 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는데 수표였다. 그분은 그 수표를 주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3년 전에 자기의 가게에서 물건을 가지고 갔다가 소식도 없었던 사람이 오늘 아침 이 수표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의 마음에는 꼭 하나님이 쓰실 때가 있어서 주신 것 같아서 물어 보았다는 것이다. 그 수표를 받아 보니 정확하게 내가 필요한 렌트비에서 60불이 넘는 돈이었다.

나는 그 집사님의 집을 나오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렌트비가 생겨서 감사해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 눈물은 나의 기도도 하나님이 들으신다는 것에 대한 감격의 눈물이었다. 나는 그날 조지뮬러가 따로 없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누구든지 진심으로 엎드려 기도하면 하나님이 들으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 하나님은 계속적으로 렌트비를 가지고 5년 동안을 나를 길들여 가셨다. 그 5년 동안 한 달도 빼놓지 않고 우리교회는 렌트비로 시달렸고 나는 그 5년 동안을 교회를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때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정확하게 필요한 것만을 주셨다. 하나님은 그런 과정에서도 우리가 필요한 것은 언제나 다 채워 주셨다. 그런 상황에서 갈데없어진 우리에게 교회당까지 허락하셨으니 말이다. 나는 그런 과정을 통과하면서 철저히 하나님에게 길들여졌다. 일이 크든 작든 기도하는 목사로 말이다. 그러니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만이 되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아직도 다른 분야에서 하나님에 의하여 길들여져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려움을 당할 때 마다 목회 초기를 생각하며 나를 길들이시는 하나님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면 기쁨이 온다. 내가 길들여진다면 또 다른 세상을 접하며 더 나은 목사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