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숙명의 대결을 벌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확연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끝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롬니 후보가 공화당 주류세력의 주문을 수용해 과거 '중도성향'을 과감히 버리고 보수성향을 강화함에 따라 두 사람간 입장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경제 문제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8.3%를 기록한 실업률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추세"라고 주장하지만 롬니 후보는 "정책적 실수로 반전의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한다.
특히 롬니 후보는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지금은 '미국의 약속(promise of America)'을 복원해야 할 때"라면서 구체적으로 1천2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이른바 소득과 세율문제도 큰 쟁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만달러 넘게 버는 부자들에게 최소 3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중산층의 조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한다.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을 보면 개인소득 20만달러, 부부 합산 소득 25만달러이다. 오바마의 선거전략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롬니 후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세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율도 오바마 대통령은 현행 최고세율인 35%인 법인세율을 28%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롬니 후보는 25%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자유를 주창하는 롬니의 성향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복지공약을 놓고도 양측은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개혁과업인 건강보험 개혁, 이른바 '오바마 케어'가 대표적이다.
롬니 후보는 집권하면 아예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소득층과 노년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롬니 후보는 나아가 저소득층에 대한 연금도 과감히 줄여나가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문제들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역할과 복지 정책의 철학 등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는 가치의 충돌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동성결혼 문제와 낙태에 대해서도 양측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밝힌 동성결혼에 대해 롬니 후보는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고 낙태를 놓고도 마찬가지다.
불법 이민자 문제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자들의 표를 의식해 강제추방을 하지 않는 조치를 내놓고 있고, 롬니는 매우 강경한 단속에 찬성하고 있다.
외교안보 현안에서도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강한 미국' 건설에 매진해야 하나 소극적이고 보수적으로 미국의 힘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 위기가 진행 중이고 정부의 재정적자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국방예산만 늘리겠다면 재원조달은 어떻게 하느냐"고 공박한다.
오바마와 롬니, 양 진영이 핵심쟁점을 놓고 이렇게 첨예한 싸움을 벌이는 것은 서로 지지층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롬니 후보는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백인과 중산층 이상, 그리고 중·장년층을 겨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로 흑인을 포함한 소수계, 중산층 이하, 그리고 중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