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4일 이뤄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한 배심원단 평결 내용은 당초 시장과 업계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법조계와 업계 등에서는 평결 직전까지도 삼성전자와 애플 등 양측 가운데 애플이 다소 유리하지만 누구도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또 사안이 복잡하고 방대해 평결을 위한 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이번 주 중에 평결이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평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 지 22시간 만에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같은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특히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 디자인 특허 부문에서 애플은 완승을 거뒀다. 애플은 디자인과 관련된 배상액을 대당 24달러로 책정한 반면 다른 특허는 대당 2∼3달러 수준이어서 결국 디자인 침해 여부가 이 소송의 관건이었다.
애플이 제기한 4건의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 태블릿PC 갤럭시 탭이 아이패드의 '직사각형의 둥근 가장자리' 디자인 특허 부분만 기각됐다. 배심원단은 애플의 주장을 거의 모두 수용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제너럴 페이턴트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폴노랙은 "배심원 재판의 속성상 이번 재판은 배심원들은 '좋은 편(good guy)'과 '나쁜 편(bad guy)'을 가려내는 것이 될 것"이라며 "배심원들이 일단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판단하면 모든 쟁점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전기기사,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무직자 등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사안을 세세하게 따져서 판단하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배심원들은 삼성 제품이 애플의 제품과 외관상 '상당히 비슷하면(substantially the same)' 특허 침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가 구입할 때 착각을 일으켜야 특허 침해'라는 삼성의 주장도 지침에 포함돼 있기는 했지만 배심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품의 외관 또는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와 관련해서도 애플 제품이 삼성의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이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차적 의미'란 콜라병을 보고 코카콜라를 연상하는 것처럼 제품의 외관만 보고 브랜드나 해당 회사를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결국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애플의 주장처럼 이미 언론 등에서 고유의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고, 한 눈에 봐도 애플 제품임을 알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이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 미국 법원에서 광범위하게 인정을 받은 셈이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이외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모바일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비해 애플의 입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지위가 더욱 공고해져 당분간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