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
열쇠는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대화
최고의 준비는 원문, 그리고 기도


목회자에게 설교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설교(說敎)란, 기독교를 가르치기 위한 말들의 조합일 뿐인가? 믿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으로부터 난다고 하는데(롬10:17) 이런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에게 있어서 설교란 무엇일까?박성근 목사는 미주 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설교자다. 그의 설교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설교학 실습 시간에 꼭 배우는 목회자의 손동작과 말의 강세도 그에게선 찾기 어렵다. 졸릴 것 같다고? 자칫 하면 졸릴 수도 있겠지만 그의 설교에 진하게 배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 때문에 자는 것은 아마 거의 불가능할 듯 싶다. 서울대 출신, 명문 사우스웨스턴신학교 신약학 Ph.D., 미남침례회 한인총회장, 골든게이트신학교 교수란 타이틀보다 로스앤젤스침례교회의 담임목사로, 명설교가로 통하는 박성근 목사를 만나 보자.

-설교란 뭡니까?

저는 성경의 주제는 바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를 믿게 하고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요20:31) 그렇다면 우리의 설교도 예수를 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예수를 조명하고 드러내는 데에 설교가 맞추어져야 한단 이야기죠. 나머지 모든 것들은 다 예수를 만나게 하는 길에 불과합니다.

-설교에서 고지식하게 예수만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만.

설교학적인 면에서 볼 때, 70년대 이후 등장한 내러티브 설교, 즉 이야기식 설교는 설교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 주목해 ‘들리는 설교’를 하자는 동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에겐 무엇을 설교할 것인가(what to preach)보다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how to preach)가 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전통적 설교의 주입식 교육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핵심인 예수보다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들을 때는 좋죠. 듣고 나면 “그래서 뭐?”(So, What?)가 됩니다.
‘어떻게’도 중요하지만 설교자에게 있어서 ‘무엇을’이란 초점이 없어지면 설교의 의미 자체가 없습니다. 아무리 컨텍스트를 잘 잡아도 텍스트가 무시되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감동을 주기 위해 조작된 스토리로 남을 속이는 것과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감동하지만 그게 조작된 것임을 알고 나면 분노하게 됩니다. 설교를 감동적으로 들었는데 막상 그 안에 진리가 없다면 어떨까요?

-그럼 양자의 조화를 이룰 방법이 있습니까?

이는 저 역시 매일 싸우고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보배로운 진리를 현 시대 사람들이 듣도록 전하는 것이 설교자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주제입니다. 저는 “예수라는 분명한 주제를 현실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을 설교의 핵심으로 꼽고 싶습니다. 저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강해설교를 하기 때문에 설교가 딱딱해지기 쉬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늘 현실의 문제를 읽고 고민하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설교의 노하우를 알려 주신다면?

예를 들어, 열왕기에서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난 후, 이세벨의 위협으로부터 숨어 하나님께 죽기를 구하는 장면을 봅시다. 우리 성도들은 이 부분을 너무도 잘 압니다. 따라서 설교를 듣기도 전에 이 설교가 어떻게 진행될지 눈치를 채고 귀를 막습니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려 이 말씀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귀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현대인이 겪고 있는 탈진(burn out)과 연관시키면 어떨까요?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마음이 다 타 들어가 버린, 누가 약간 건드리기만 해도 펑 터지는 상태,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하면 어떨까요? 성도들의 아픔과 영적 요구에 민감하게 깨어 있어야 그런 설교가 나올 수 있습니다.

-훌륭한 설교자가 되는 길이 있다면?

제가 제일 아쉬웠던 점, 그리고 나이가 들고서야 알게 된 점은 바른 설교를 하려면 기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설교는 설교, 기도는 기도인 줄 알았는데 기도가 묻어있는 설교와 그렇지 않은 설교는 원고는 같을지 몰라도 성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천지차이입니다. 저는 주일 새벽 마지막 기도와 묵상에서 설교가 완전히 변화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훌륭한 설교는 기도에서 나옴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