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잡목 중의 하나가 산세베리아(sansevieria)입니다. 화분에 심겨져서 홈디포나 꽃 가게 입구에 흔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잡목이라고 보기에는 나무같은 구석이 하나도 없고, 잡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크고 억센 것이 뻣뻣하기 그지 없습니다. 마치 가시없는 용설란 같습니다. 크고 웅장해서 제법 있어 보이면서도 값이 저렴해서 체면치레 선물로 그만입니다. 하지만 꽃을 보기가 어렵고, 잎사귀들이 항상 멀대 같이 하늘로 삐쭉 뻗어 있어서 실속은 없어 보입니다.

산세베리아는 꽃이 잘 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번도 꽃을 본 적이 없어서 원래 꽃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야 비로소 산세베리아도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길쭉길쭉 뻗은 실타래 같은 하얀 꽃들이 만개한 것을 볼 때면 묘한 감동을 느낍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숨기고 있었구나!” 향기도 강렬해서 그동안 숨겨 두었던 꽃내음이 방안 한가득 채웁니다.

그러나 산세베리아의 꽃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좀처럼 꽃대를 내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사람들은 산세베리아의 꽃을 보게 되면 행운이 온다고 믿었습니다. 자연히 산세베리아의 꽃말은 행운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멋진 꽃을 피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센 줄기와 잎사귀 틈바구니 속에 자신을 철저하게 감추고 살아가는 산세베리아는 언제나 한줄기 굵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꼭 산세베리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꽃피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푸르게 키워줍니다. 성경에는 산세베리아 같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용맹과 지략을 겸비한 요나단은 자신의 벗 다윗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자신의 꿈과 야망을 조용히 접습니다. 길르앗 사람 바실래는 다윗 왕이 아들 압살롬의 군사 쿠데타 때문에 마하나임으로 피신하여 곤란을 겪고 있을 때 지성으로 그를 섬기고 돌보아 줍니다. 반란이 평정되고 다윗 왕이 예루살렘으로 환궁할 때, 제일 먼저 챙긴 사람은 물으나마나 바실래입니다. 그러나 바실래는 젊고 유능한 젊은이였던 김함의 미래를 열어 주려고 예루살렘으로의 이주를 과감하게 포기합니다. 호의호식하며 남은 생애를 멋지게 꽃피워 볼 수도 있었지만, 꿈많은 젊은이를 위해 자신의 길을 양보한 것입니다.

바울의 길을 열어준 바나바, 정치 라이벌인 여호수아를 섬긴 갈렙, 그리고 모세를 빛나는 지도자로 세웠던 아론과 훌!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화려한 꽃을 딱딱한 잎에 묻어버린 산세베리아 같은 사람들입니다. 성경 곳곳에 이들이 숨겨져 있기에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강렬한 산세베리아 향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성경은 항상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