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부임한 교회를 갑작스럽게 부흥하게 만든 데이비드 플렛 목사는 중국의 가정 교회를 방문하고 난 후에 충격을 받았다. 미국의 교회는 그렇게 좋은 건물과 멀티미디어 장비를 다 갖추고도 예배 속에서의 열정과 은혜가 중국의 숨소리 죽인 가정교회보다도 훨씬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은 미국에서 최연소 초대형교회 담임목사라는 칭송을 받고 있었지만 우리가 믿고 따르기 원하는 예수님은 역사상 최연소 최소형 교회 담임목사가 아니었나 싶어서 갈등하고 있던 차였다.

중국의 지하교회의 성도들의 숨죽인 기도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도 내용으로 치면 미국의 성도들의 기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예수님을 따르겠습니다.” “주님께 우리 삶을 바칩니다.”

하지만, 교회와 성도들이 처한 상황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아무 시설도 교회의 모습도 갖추지 못한 가정교회, 편안한 의자나 멀티미디어는 커녕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 조차도 내걸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똑같은 기도는, 눈물의 기도였고, 목숨을 건 순종의 고백이었고, 숨죽인 예배 속에 뜨거운 은혜는 편안한 미국교회의 냉랭함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교회로 찾아가는 발걸음 조차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선교사로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파송을 받는다는 것은 다시는 살아서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저들의 입술의 고백은 삶의 실제를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드 플렛 목사가 미국으로 돌아와서 실천했던 목회의 새로운 시도들, 새롭다기보다 제목 그대로 근원적이며, 원색적이고, 뿌리로 돌아가는 과격한 시도들이었다. 래디컬(radical)이라는 단어가 근원적, 원색적, 뿌리, 과격함 이 네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음을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 줄로 믿는다.

성공신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이민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되기 위하여 택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멀리 있고 예수님의 방법 그대로에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 삶의 모든 영역 속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가신 길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원색적인 교회의 모습인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어차피 대다수의 이민교회들은 성공신화를 달성했다고 자부하기에는 거리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포자기가 아니고 오히려 예수님의 사역의 모습 쪽에 가까이 있음을 반갑고 고맙게 생각하는 고백이다. 큰 건물, 모든 편의 시설, 현대적인 성도들을 만족시킬 만한 세련된 프로그램이 없어도, 얼마든지 교회의 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교회 성도들과 2주간의 특별새벽기도회를 가졌다.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세 번의 주일에 래디컬의 내용으로 설교를 했다. 그리고, 전교인이 래디컬한 삶을 살기로 결단을 하였다.

책의 맨끝에 있는 서약서 중에서 1. 전세계를 위해서 기도하겠다. 2.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겠다. 3. 의미있는 곳에 사용하기 위하여 재정의 우선순위를 새로 정하겠다. 4. 내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교회 안팎의 사역에 헌신하고 섬기겠다.

이민교회 안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필요없는 소모품 예산이 크게 절감되었고, 크고 편한 교회를 지향하던 허망한 생각들이 잠잠해 지면서,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교회의 하드웨어적 현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분위기가 가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예수님의 참된 제자란 어떤 모습일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도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2주간 동안의 “래디컬 새벽기도회, 원색적 복음이란 무엇인가?”를 통하여 얻은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글=갈보리믿음교회 강진웅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