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저장하고 통제 ·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의 기운은 막힘이 없이 전신에 고루 퍼져야만 하는 것다. 또 간은 화(분노)를 담당하는 장부이므로 스트레스에 제일 민감하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하면 당연히 오장육부 중 간을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간의 기운이 잘 소통되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막히면 제일 먼저 비위 즉,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스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어떤 사람은 별로 못 느끼고 어떤 사람은 아주 심하게 느끼며 힘들어 한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또는 ‘심하지 않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심하다고 느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심한 것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심하지 않다고 느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별것 아니다. 따라서 세상만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스트레스만 받으면 설사를 하거나 변비가 되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변비와 설사를 반복한다. 양의학적으로 아무리 검사를 해도 이상을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양의학에서는 이를 “과민성 대장염”이라고 진단하며 특별한 약이 없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나 변비가 발생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몸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모든 정맥은 간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간이 스트레스로 움츠러들면 혈액이 정맥으로 흘러 들어 가지 못하게 된다. 반면 동맥을 통해 이 부위로 혈액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위, 소장, 대장 등의 모든 부위에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고 충혈된다. 그러니 당연히 위나 소장이나 대장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사람은 위가 문제가 되고 어떤 사람은 소장이 문제가 되고 어떤 사람은 대장이 문제가 되고 각각의 사람들의 장부의 강하고 약함에 따라 병리현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스트레스가 소화불량, 위궤양, 두통, 가슴답답함 등을 일으키는데 평소에 대장의 기능이 다른 장부에 비해 약한 사람은 다른 장부보다 대장이 제일 먼저 심하게 타격을 받아 설사나 변비를 일으켜 문제가 되는 경우을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스트레스로 설사나 변비가 생기는 경우에는 소요산이라는 일명 “스트레스탕”을 처방하는데 이 약은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물론 한의학에서는 절대란 있을 수 없다. 개개인의 진찰과 진단을 토대로 처방의 가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병을 같은 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각기 나타나는 병증은 다르지만 그 병이 나타난 원인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이병동치(異病同治) 즉, 병은 다르지만 치료는 같다고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설사, 변비 등의 과민성 대장염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장이 예민해지며 무력해질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