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류사회에 한의학의 우수성 알려야"

▲"미 주류사회에 한의학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윤동원 원장. 그는 후학 양성에 힘쓰는 교육자로서, 만성내과질환 전문 한의사로서 도전의욕을 갖고 있다.
"닉슨 대통령 재임 당시 중국에서 동양의학이 들어왔는데, 그 영향으로 아직까지 미 한의학계엔 한국적인 것 보다 중국적인 것이 더 많아요. 한국 한의학만이 가진 우수성을 알려서 미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고 대우받는 기초가 됐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

가야한의원 윤동원 원장을 만났다. LA 소재 삼라한의과대학에서 임상지도교수와 인턴 수퍼바이저를 역임한 그는, 현재 필드에서 보수교육과 대학강의를 통해 후배들에게 사암침법과 사상의학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 나이 64세. 미국에 이민 온지는 어느덧 2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는 원래 한국서 인하공대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그랬던 그가 결혼 후 진로를 바꿔 한의학에 발을 들여놓게 된 데엔 장인어른인 노정우 선생의 역할이 컸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 선생은 경희의료원 초대 한방병원장을 재임하며 한국 최초 한의학 박사 1호로 알려진 한의학계 원로다. 윤 원장은 이런 장인어른 뒷바라지를 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책도 접하면서 배우기 시작했고, 도미후 본격적으로 한의학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 미국식 사고방식에 맞춘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공학도 출신 답게 한의학 이론을 과학화?객관화?표준화 작업을 거쳐 이해시키고자 노력한다. 실제로 인체의 기의흐름(유주)을 도식 이미지로 만들어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방법은 한국의 유명경락연구소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장인의 뒤를 이어 한의사가 된 윤 원장은 슬하에 자녀 1남 1녀를 뒀다. "혹시 아들 딸 중에 한의사는 없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나이와 관계없이 학문에 접근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한의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딸과 며느리가 한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슬쩍 내비친 그는, 한의사라는 직업이 특히 여성에게 좋은 직업이라고 추천했다.

"평생 책을 끼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한의학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집안에서 가정 일을 돌보면서 여성들도 충분히 자유롭게 시간을 투자해서 학업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인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투자 없이도 면허 하나로 평생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무엇보다 동양의학이 미 주류사회에 들어온 지는 40년 밖에 안 돼 아직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여자의 추리는 남자의 확신보다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요한다기 보다 자연과 맞닿아 있는 학문이기에 남성에 비해 섬세한 여성들에게 훌륭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대학에서 여학생이 입학하면 아주 잘했다고 격려한다고.

"나이 들어 한의학을 공부하는 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는 "한의학은 생활의학이다. 즉 주변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들로 만들어진 학문"이라며 "젊은이들에 비해 오히려 인생을 살아온 나이드신 분들이 이해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물론 암기력은 젊은이를 못 따라가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교계에도 한의사 라이센스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면서 "기왕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선교의 부수적 차원에서만 그치지 말고, 학술적 기반을 넓혀 영?육간 전인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차원 높은 사역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성내과질환 전문의인 윤 원장에겐 고질적인 내과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한인과 외국인 환자 비율은 20 대 80이다. 최근엔 일본에서 관절염, 피부병, 만성피로 질환을 앓고 있는 난치병 환자 3명이 비행기를 타고와 진료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의술을 배우러 온 일본인 학생도 그에게 한달간 배우고 돌아갔는데, 가자마자 취직이 돼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외국에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이메일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환자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질병의 결과를 갖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 원인을 찾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의사로서 너무 양의적인 결론에 접근하게 되면 치료방법을 못 찾는다"면서 "양의와 한의의 접근법 자체가 다르기에 무리하게 맞출려고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만의 독립적인 체질과 성품을 이해하고 평소 섭생과 사회생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