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교회의 노인 어른들을 모시고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두들 아이같이 즐거워 하셨습니다. 김밥을 한 줄씩 손에 들고 버스에 올라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여행을 출발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로 올라가면서 몬테레이에 들렀습니다.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 평생소원이라는 페블비치 골프코스 18번 홀에 내려가 마치 골프 시합 갤러리가 된 것처럼 걷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 비가 흩날리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복판 언덕을 케이블 전차로 달려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케이블로 전차를 끄는 케이블카에 올라 전차 난간에 매달리기도 하고, 온 몸으로 전차의 브레이크를 잡는 차장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달린 10분 여정의 짧은 시간은 우리를 옛날 서울 거리에서 ‘땡땡’ 소리를 내며 달리던 전차 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여정 속에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 한 부부가 계셨습니다. 여행 내내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다니고 식사 때면 앞에 앉아 반찬을 챙겨주던 할아버지이십니다. 팔십 되신 아내에게 치매 기운이 있어 모든 것을 혼자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2년, 옆에서 돌보시다가 아내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결단하고 여행길에 나선 어른입니다.

제가 여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편찮으신 분을 이렇게 잘 모시고 다니십니까?” 그 어른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조강지처 아닙니까!” 지당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짧지만 아주 감동적인 대답이었습니다.

그 두 분을 보면서 미국에까지 “Please, Look After Mom”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미국 독자들에게도 호평 받던 신경숙 씨의 장편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줄거리가 생각났습니다. 이 소설은 “엄마를 잃어 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합니다. 시골에 사시던 아버지, 어머니 내외분이 4남매가 사는 서울에 기차로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로 갈아탈 때 평생 동안 늘 앞장서서 가시던 아버지는 지하철에 올라탔지만 어머니는 함께 오르지 못했습니다. 남편과 자녀들의 무관심 속에 치매증상을 앓던 엄마는 그 길로 실종됩니다. 온 집안 식구가 벽보를 붙이고, 전단을 나누고, 병원을 찾아다니고, 비슷한 분을 보았다는 곳마다 방문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릅니다. 안타까운 사연들이 계속됩니다.

소설을 읽어 가노라면 가족들은 엄마를 실제로 잃어버리기 이전에 이미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소설은 “힘든 현실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자위하며 부모님의 사랑과 노고를 잊어가고 있는 우리를 향한 외침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한국과 미국에 치매로 고생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치매환자로 인해 고통당하고 힘들어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 간의 아름답고 즐거운 기억들을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가족끼리 만들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좋은 일들, 즐겁고 아름다운 기억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우리 가정이 하나님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기억들은 우리 삶이 고통스럽고 어려울 때 힘을 주고 소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강지처가 한 일을 잊지 않는 그 어르신처럼 우리 모두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 삶과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