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지난 6일부터 미국 뉴욕에 체류하면서 외교가의 관심을 끌만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부상이 시라큐스대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제기했느냐'는 질문에 "그곳에 미국 정부의 대표들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행사 주최 측에 문의하라고 대답했다.


미국 당국자들의 반응은 일견 이해할 수 있다. 리 부상이 참석한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인 맥스웰스쿨 등이 주최한 세미나나 미국외교정책 전국위원회(NCAFP) 간담회 등은 민간 차원의 행사였다.


이런 행사는 종종 당국자간 협의 채널이 원활하지 않을 때 측면에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열린다. 이번 세미나도 당초 북미간 비핵화-식량(영양)지원 협상에 진척이 없자 한국과 미국, 독일의 민간단체들이 나서 마련했다.


하지만 리 부상이 했다는 발언 내용이 외교적 맥락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도 미국 정부의 신중한 행보의 배경으로 보인다. 김정은 후계체제 등장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의 협상(3차 베이징 고위급회담)에 나선 북한이 과연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이번 리 부상의 뉴욕 방문이 매우 유용했다는 것이다.


리 부상은 세미나와 NCAFP 간담회 등에서 "우리의 새 지도자는 미국과의 다툼을 원치 않는다. 평화를 원한다"거나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12일 리용호 부상이 NCAFP 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길 바란다. 이건 최상부(김정은을 지칭)의 뜻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 부상의 발언은 한국 당국자에 의해 '선(先)북미관계 개선 후(後) 비핵화 해결'이라는 새로운 협상원칙으로 규정됐다.


미국 정부는 리 부상의 발언에 향후 북미 협상에 임하는 북한 수뇌부의 전략이 내포된 것으로 보고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주말 워싱턴DC를 방문한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의 새로운 협상전략이 내포한 외교적 함의 등을 집중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외교 소식통은 "리 부상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임을 알 수 있다"면서 "비핵화 협의가 먼저냐, 아니면 관계개선 문제를 먼저 다루느냐를 놓고 향후 북미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