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코란 소각 사건의 파문이 확산일로 양상을 보이자 미국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터진 이번 사건으로 자칫 오는 2014년으로 예정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군 문제와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아프간에서 연일 시위가 확산되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속출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사과에 나서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번 코란 소각 사건은 고의적이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공식 사과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토미 비에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대통령은 종교 관련 자료들이 의도하지 않게 잘못 처리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대통령실도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싶다. 아프간 주민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서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이번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고, 파문이 계속 확산되자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까지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사과하는 등 성난 아프간 민심을 누그러뜨리려 총력을 다했다.


그렇지만 카불을 비롯한 아프간 전역에서는 대규모 반미 시위가 일어나 진압과정에서 시위대가 잇따라 숨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이 미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아프간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군 바그람 기지 내에서 발생한 코락 소각 사건은 기지 내 쓰레기장에서 불탄 코란의 재를 아프간 근로자들이 발견해 이를 공개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