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과 같은 대선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년 전부터 경선제도를 손질하는 등 나름대로 상당한 정성을 기울였으나 현재 9개의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른 결과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관례'를 존중해 첫 경선을 치렀던 아이오와주 코커스의 경우 공화당 내부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가 12일 지적했다.


개표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한데다 체계적인 집계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1위 득표자가 번복되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실제로 아이오와주 공화당은 1월3일 투표가 끝난 뒤 각 프리싱크트(선거구)별 득표결과를 제때 집계하지 못하고 허둥대다 다음날 새벽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8표차로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으나 16일만에 재검표 결과 샌토럼이 34표차로 승리한 것으로 정정했다.


이로 인해 샌토럼은 '아이오와 승리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두번째 경선인 뉴 햄프셔(1월10일)에서 4위로 밀려났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 부터는 '보수후보' 경쟁을 벌이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으로부터 "사퇴하라"는 압력에 시달렸다.


지난 7일 콜로라도와 미네소타, 미주리주 등에서 실시된 '트리플 경선'에서 모두 승리한 샌토럼으로서는 엉성하게 진행된 아이오와주 경선이 못내 아쉬운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이오와주 1천800개의 프리싱크트 가운데 문제가 생긴 곳은 8개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있을 수 있는 실수"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화당 전국위원회(NRC) 관계자들은 아이오와주의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2016년 대선부터는 반드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롬니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4일의 네바다 코커스도 마찬가지다. 선거구별로 서로 다르게 투표와 개표 등을 진행하다보니 정확한 투표결과를 파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가장 인구가 많은 라스베이가스가 포함돼있는 클라크 카운티 개표가 끝날 때까지 무려 36시간이 경과해 롬니를 제외한 2, 3위 득표자를 한동안 가리지 못하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결국 이틀이나 지난 후에야 깅리치가 론 폴 하원의원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관계자들은 자칫 비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경선제도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그 영향이 오는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맞붙은 2008년 민주당 경선이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결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자 공화당은 제도를 과감하게 바꾸며 이번 대선을 준비해왔다.


대표적으로 프라이머리와 코커스 기간을 한달 정도 늘리고 한 주의 경선 승리자가 대의원을 모두 독식하는 `승자독식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득표비율에 따라 대의원을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특히 승자독식제를 폐지하고 민주당과 같이 득표비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정키로 한 것은 1968년 현 시스템 도입이래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됐다. 승자독식제를 계속하면 경선 승리자가 조기에 결정돼 경선흥행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점을 피하려는 포석이었다.


오는 6월26일 유타주까지 경선이 지속되면서 문제점이 다소 개선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난맥상만으로도 향후 공화당 경선시스템을 대폭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공화당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