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새 지도자에 오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자신의 생모를 언급한 발언이 북한주민을 시청자로 하는 북한TV를 통해 공개돼 주목된다.


조선중앙TV가 8일 김 부위원장 우상화를 위해 방영한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는 김 부위원장이 자신의 생모(고영희)와 관련해 회고한 내용이 한 마디 들어있다. 생모에 대한 김 부위원장의 언급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등장했다.


이 기록영화에서 김 부위원장은 부친인 김 위원장이 생일마저 집에서 쇠지 못하고 현지지도의 길에 있었다며 "언젠가 2월16일(김정일 생일)에도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지 않는 장군님(김정일)을 어머님(고영희)과 함께 밤새도록 기다린 적도 있다"고 밝혔다고 중앙TV 해설자는 전했다.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김 부위원장의 생모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 말을 하기에 앞서 '고난의 행군' 시기 '한 몸도 가정도 깡그리 선군에 바치며' 현지지도를 이어가던 부친(김정일)의 모습을 되새기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고 중앙TV는 밝혔다.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과 효심을 나타내면서 생모 고영희의 남편에 대한 충정까지 언급한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김 부위원장이 3차 당대표자회(2010년)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지 3년째가 된 지금까지도 그의 생모 고영희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김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에 대해 대대적인 우상화를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 당국이 고영희 우상화를 꺼린 것은 그가 재일동포 출신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세번재 부인인 고영희(1953년생)는 1960년대 초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출신으로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잘 나가던 무용수 고영희는 1970년대 중반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동거를 시작해 2004년 유선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줄곧 김 위원장과 함게 살았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두 아들 정은과 정철, 딸 여정을 낳았고, 김 위원장의 공식부인으로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자리를 굳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고위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께 북한 인민보안부(당시 인민보안성) 정치국과 여맹(여성동맹)에서 시작된 '평양의 어머니 따라배우기 운동'(고영희 우상화 운동)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다가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단한 적이 있다.


이후 고영희가 사망하고, 그의 차남인 김 부위원장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최근까지도 북한 당국은 고영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김 부위원장 우상화 영화를 통해 그의 생모를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고영희 우상화에 어떤 형태로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9일 "김정은의 부친에 대해서는 워낙 우상화가 잘 됐지만 그의 생모에 대해서는 그동안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 나선 마당에 북한이 그의 생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소장은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발언을 고영희 우상화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고영희의 출신에 대한 내용은 숨기고 김정은 출생 이후의 삶, 즉 '지도자의 어머니'로서의 부분만 부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