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기간을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주민의 충성 다짐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20일 금수산기념궁전에 마련된 김 위원장의 빈소에서 고위인사들을 맞이하며 최고지도자로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신의 위상을 사실상 충성서약을 받았다.


조선중앙TV가 21일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김 위원장의 영구(靈柩)에 참배를 마친 북한의 조문객들이 김 부위원장 앞으로 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김 부위원장의 친모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사실상 어머니인 김옥 국방위원회 과장도 김 부위원장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올리는 장면도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군부의 일부 고위인사는 인사를 올리며 거수경례로 충성을 다짐하기도 했다.


또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의 의전을 맡았던 전희정 국방위원회 외사국 의전국장은 김 부위원장의 곁에서 3대째 김일성 가계의 모든 의전을 도맡아 새 권력의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케 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빈소를 지키면서 후계자임을 과시하고 북한 지도부의 조문을 접견하며 사실상 충성서약을 받는 셈"이라며 "악수라는 스킨십으로 자신의 체제를 받칠 인사들을 다독이는 부분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주민들이 김 부위원장에 대해 '영도자' '계승자' '위인의 풍모' 등 찬양조의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북한 사회 전반에 충성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의 하나로 분석된다. 락원기계련합기업소 박종근 지배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에서 "현대적인 기계생산에서 일대 비약을 일으킴으로써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갈 결의에 넘쳐있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후계자에 내정된 뒤 채 3년도 안되는 후계체제 구축기를 가졌던 만큼 이번 추모기간을 통해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압축적으로 진행하려는 북한의 다급한 속내가 읽힌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고위인사뿐 아니라 재외동포 단체 조문객을 직접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자연스레 알렸다. 재외동포들이 해외에서 북한의 선전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들을 김 부위원장의 찬양선전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조문기간을 김 부위원장이 최고지도자임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기회로도 활용하고 있다. 북한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국제기구 등의 관계자도 20일 김 위원장의 영전에 참배하면서 김 부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류훙차이(劉洪才) 중국대사와는 다른 대사들과 달리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