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내년 대선에서 재선 고지에 오르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만만한 상대일까.


공화당 대선후보를 정하기 위한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목전에 두고 깅리치 전 의장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오바마 진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했다.


당초 오바마 진영은 깅리치 전 의장을 그야말로 '환상의 적'으로 여겼다. 세번의 이혼도 그렇지만 암투병 중인 부인을 차버린 비정한 인물, 미 역사상 재임중 윤리규정을 위반한 유일한 하원의장, 캠프 참모들조차 "자기 책이나 영화 홍보를 위해 선거에 나섰다"며 버리고 떠난 약체로만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12년전 정계를 떠난 `잊혀진 인물'이자 강경보수 성향의 그가 공화당 주자로 나설 경우 제2의 '베리 골드워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골드워터는 1964년 대선에서 공화당내 진보파를 누르고 대통령 후보에 지명됐다가 초보수적 정견을 내세움으로써 민주당 후보인 린든 존슨에 큰 표차로 패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진영은 깅리치의 등장에 한때 환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나 허먼 케인 전 피자체인 최고경영자에 이은 `반짝스타'로 생각하고 최종 경쟁자를 '중도파'로 평가되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상정한 전략을 다듬어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깅리치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깅리치 전 의장이 내년 대선의 핵심변수로 떠오른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마치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가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얻어 승리한 것과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공화당의 적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정통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 깅리치는 한편으로는 오래 전부터 히스패닉계를 집중 공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지난달 22일 공화당 경선후보 TV토론회에서는 민감한 불법이민 문제에 대해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아들과 딸들이 학교에 다니고 세금을 꼬박꼬박 낸 그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은 히스패닉 유권자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만일 그가 히스패닉 유권자표의 40%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오바마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 결정적 요인은 흑인표와 함께 히스패닉들의 몰표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또 TV토론에서 유독 강세를 보여온 깅리치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장기인 '달변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깅리치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실제 확정되기까지는 여전히 산너머 산이다. 지난번 대선 후보 경선때부터 절치부심해온 롬니라는 당내 최대 라이벌을 실제 넘어설 수 있을지, 그리고 과거 이혼경력이 소상하게 세상에 알려지면서 '똑똑한 냉혈한'같은 이미지가 강한 그의 약점이 유권자들의 '최종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