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미얀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일 미얀마 정부에 무기 거래 등 북한과의 위법적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당국이 최근 개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주도의 메콩강 개발 사업에 미얀마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키로 하는 등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이피도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미얀마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존중, 북한과의 위법적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가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여론을 존중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미국과의 관계 증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북한과의 무기 거래 등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은 올해 3월 미얀마 민간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개혁 조치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미얀마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정부가 추가 개혁 조치들을 시행하면 미국과 새로운 단계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내용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서한도 전달했다.


미국은 자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메콩강 개발 사업에 미얀마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동남아 국가에 대한 환경·보건 지원사업에 미얀마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얀마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 사업 문제도 논의키로 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가 정치범 전원 석방, 소수민족과의 평화 협상 타결 등 개혁 조치들을 추가로 시행하면 미얀마에 대사를 재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당시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뒤 군사정권이 정권 이양을 거부하자 미얀마 주재 대사를 철수시켰다. 현재는 대사 직무 대행이 미얀마에 주재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측이 요구하고 있는 서방국가의 제재 조치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방국가들은 미얀마가 정치범들을 수감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경제 제재 조치를 가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가 취한 개혁 조치들은 시작 단계"라면서 "제재 조치 해제를 검토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우리는 어떤 다른 국가에 대해 반대하려는 게 아니며 이 나라를 지원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미얀마 옛 수도인 양곤으로 이동,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찬을 가졌다. 클린턴 장관은 2일 수치 여사 등 야당·시민단체 대표, 소수민족 대표자 등을 만난 뒤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