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연합뉴스)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결의안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 및 대우, 정당한 절차와 법치의 부재, 정치적ㆍ종교적 이유에 따른 처형의 문제 등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비난하고 이 같은 상황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 인권결의안은 이날 오전 10시 표결에 부쳐져 찬성 112, 반대 16, 기권 55표로 통과됐다.
지난해 찬성 103, 반대 18, 기권 60표에 비해 찬성국이 9개국 더 많아졌다. 지난 2009년 표결에서는 찬성 97, 반대 19, 기권 65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찬성국은 늘어나는 반면 반대국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등 52개국이 공동 제출해 채택된 이번 결의안은 제66차 유엔총회 본회의로 넘겨져 내달 중순께 표결에 부쳐진다. 본회의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로, 제3위원회가 가결한 안건이 부결된 전례는 없다.
유엔은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대북 인권결의를 채택해 왔으며, 이날 제3위원회에서 통과된 결의가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면 7년 연속 인권결의를 채택하는 셈이 된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공개처형, 표현의 자유 제한, 망명 신청자 및 난민 박해, 집단처벌(연좌제), 정치범 수용소, 인신매매 등 여성의 인권침해, 아동과 노인의 영양실조와 보건문제 등을 비난하거나 유감을 표시하는 등 제65차 유엔 총회에 제출된 문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지난해 결의안에는 전문 10항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을 평가한다"고 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모든 한국인의 시급한 인도적 우려사항인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된 점을 우려하며, 향후 규모 확대와 정례화를 위해 필요한 남북간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또 "탈북자의 상황 개선"이 "탈북자의 인권 보호"로 수정됐고, 매춘이나 인신매매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의 철저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8대 인권 관련 협약에 가입을 요구하는 내용도 새로 포함됐으며,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의 존중과 납북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등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북한 측은 표결에 앞서 "유엔 총회가 국별 인권 결의안을 논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발하면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한국 측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유엔은 현재 북한과 미얀마, 이란 등 3개국에 대해서만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유엔 당국자는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과 국가간 입장이 엇갈리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찬성국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2008년부터 4년째 유엔총회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주유엔 대표부는 북한측의 반발에 대해서는 대응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유엔이 채택한 대북 인권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93개 유엔 회원국들의 총의를 모았다는 점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추후 조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한편 제3위원회는 이날 이란의 인권 결의안을 각각 찬성 86, 반대 32, 기권 59표로, 미얀마 인권 결의안을 찬성 98, 반대 25, 기권 63표 등으로 각각 가결했다. 캐나다가 발의한 이란 결의안은 이란에서 계속 늘어나는 태형(笞刑)과 사지절단형, 사형 등의 비인간적 형벌을 비판하고 있다. 미얀마 결의안은 지난 3월 출범한 신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민주화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얀마에서 "구조적인 인권침해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