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1일 로즈볼 연합기도대회가 10시간동안 다민족들이 연합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기도회의 특징은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그리고 유대인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과 그들이 마음을 모아 미국을 위해 기도했다는 점이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며 출신국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현재 자신의 나라, 미국을 위해 모였다는 점이다.

한국교회에 특별히 배정된 시간은 오후 6시 15분부터 2시간이었다. 다른 민족들의 기도는 어떤지 분위기도 살필 겸, 오후 4시 미리 로즈볼에 도착했다. 이곳은 미 서부지역 대학 풋볼을 상징하는 경기장이자 FIFA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유서깊은 기념물이기도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겐 빌리그래함 크루세이드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미국 청년팀이 집회를 인도하고 있었다. 로즈볼의 수용인원은 대략 9만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집회에 참여하고 있던 인원은 2천여명 정도였다. 주최측에서는 10만명을 목표로 했고 한인들은 1만명 동원을 약속했으나 연인원으로 해도 10만명에는 많이 못 미치는 듯해, 경기장 안에 설치된 무대 앞에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도였다. 기도함에 있어서 사람의 수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주최측의 당초 계획에는 못 미치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행사 당일 로즈볼은 좌석 공사 중이어서 무대 앞이 아니면 앉을 수 있는 자리조차 없었다. 10만명이 동시에 왔더라면 어차피 다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수와는 관계없이 기도회는 “역시” 뜨거웠다. 대다수가 백인들이었고 이들은 미국의 문제와 아픔을 놓고 진지한 기도를 쏟아 놓고 있었다. 자신들의 조상이 개척한 이 나라의 타락과 침체를 보는 그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오후 5시가 되자, 행사 진행을 맡은 KCCC 학생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로즈볼 입구부터, 경기장 입구, 통로까지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안내를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이 올 때는 한국어로, 타민족이 올 때는 영어로 능숙하게 그들이 인도해 내는 것을 보니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한껏 올랐다.

그러나 오후 6시가 되도록 한인들이 별로 보이지 않자, 서서히 걱정도 됐다. 이러다 1만명은 커녕, 미국교회처럼 2천명도 안되는 것 아닌가? 미국팀의 행사가 계속 밀리며 오후 7시까지 계속되었는데 여전히 한인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 나라의 주인들도 참여가 저조했는데 이민자들이야 오죽하랴”라며 마음을 달래며 잠시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비까지 쏟아졌다.

송정명 목사와 변영익 목사가 나와서 개회인사를 전했다. “한국교회는 기도하는 교회입니다. 우리는 기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 미국이 변화될 것입니다.” 곳곳에서 아멘이 터져 나왔다. 아멘 소리와 함께 경기장이 차기 시작했다. 3개의 통로를 통해 한인들이 몰려 들었다. 공사 중인 공간을 제외하고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대부분의 좌석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부터 대학생, 중고등학생, 어린이까지 경기장으로 몰려 들었다. 비가 멈췄다.

역시 한국교회였다. “이민자”라기 보다는 “이 땅의 주인”으로 기도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은 바로 한인이었다. 미국사회에서 말하는 “한인들의 기도”가 시작됐다. “주여 삼창”과 “통성기도”다. 미국인들의 차분하고 지성적인 기도와 달리 한인들은 발을 구르고 울부짖었다. 김춘근 교수는 아예 영어로 기도회를 인도했다. 한인 목회자들도 영어와 한국어, 혹은 통역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불이 붙은 기도회에서 한인들이 손을 들고 울자, 라티노, 백인들도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미국에 살고 있는 다민족 기독인들이 우리의 죄와 타락을 놓고 회개하고 대부흥을 주시길 기도했다.

대회의 대미도 역시 한인들이 장식했다. 이날 참석한 수십명의 목회자들이 모두 무대로 올라와 동시에 연합축복기도를 했다. 뜨거운 찬양과 기도가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이번 기도회는 기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집회이기도 했다. 기도할 때, 짝을 지어 춤을 추며 나팔을 부는 등 문화적 내용도 많이 마련됐고 기도회 진행에 발맞추어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었다.

무대 앞에 마련된 기자석에는 수십대의 카메라가 자리잡아 뜨거운 취재 열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도대회가 지속해서 열린다면 다민족 간의 연합 차원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회개와 영적 각성의 물결이 남가주를 넘어, 전 미주로, 전 세계로 뻗어 나아갈 것이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