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AP·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선두권에 올라섰다가 성희롱 논란으로 위기를 맞은 허먼 케인 후보가 14일 지역언론인들과의 대담에서 외교정책에 관해 형편없는 답변을 늘어놓아 또 다시 곤경에 처하게 됐다.


케인 후보는 이날 밀워키 지역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비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논점을 벗어나 횡설수설에 가까운 답변으로 일관, 빈축을 샀다.


케인의 이런 답변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즉각 온라인으로 유포되면서 최근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 토론회에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결정적인 말실수를 범해 낙마 직전 상황까지 몰린 것과 비슷한 처지가 됐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케인은 이날 대담에서 오바마의 리비아 정책에 동의하는 지 그렇지 않은 지 답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답변을 생각하는 듯한 모습으로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잠시 뜸을 들이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시민군의 봉기를 지지했죠. 내 말이 맞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의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나 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아니, 그건 다른 것이고…문제를 다시 살펴봐야만 한다"는 식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인은 스스로도 당황한 듯 "이 모든 게 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고 말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답변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평론가들은 케인이 외교적으로 중요한 지역 문제에 관해 근본적으로 이해가 부족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케인은 이날 대담에 앞서 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대다수 무슬림들이 과격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외교문제에 관한 황당한 답변 태도가 파문을 부르자 케인의 외교정책 담당 보좌관이자 대변인인 J.D.고든은 케인 후보가 장시간의 유세여행으로 인해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터뷰에서 예리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고든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루에 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있으며 케인 후보는 매우 지친 상태"라면서 "리비아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을 가다듬느라 시간이 좀 걸렸을 따름이며 이후에는 제대로 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선후보 토론이 경제 문제에 치중하다 보니 외교 이슈에 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이번 케인 후보의 발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해 케인 후보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