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반(反)월가 시위대와 런던 세인트폴 성당측이 노숙 텐트 철거 문제로 마찰을 빚는 가운데 영국 성공회 수장이 시위대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로빈후드세의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로빈후드세는 모든 주식, 채권, 통화 거래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물리는 금융거래세(일명 토빈세)를 말한다.

반 월가 시위대는 그동안 로빈후드를 상징하는 가면 등을 쓰고 시위를 벌이며 로빈후드세 도입을 요구해왔다.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있지만 영국 정부는 런던에 몰려 있는 금융기관의 이탈을 우려해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도입될 경우에만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2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금융거래세는 세인트폴 성당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시위대의 도덕적 어젠더를 진척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금융시장에도 윤리적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금융거래세 도입과 같은 아이디어들이 금융계의 믿을만한 변화를 이끄는 단초가 된다면 세인트폴 성당 앞에서의 불행한 논쟁은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인들의 무책임과 잘못을 전체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데 대해 도처에 `공정하냐 그렇지 못하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지난주 교황청 정의 평화위원회가 자본주의 탐욕을 비난하고 세계 경제 개혁을 촉구한 성명을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금융기관의 소매영업 및 투자부문 분리,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성 강화 등에 대해서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시위대에 대해서는"요구사항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교황청의 제안들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BBC는 윌리엄스 대주교가 세인트폴 성당측과 시위대의 마찰 과정에서 성공회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그동안 충분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기고문의 배경을 풀이했다.

반월가 시위대는 런던 세인트폴 성당 앞에 노숙 텐트 200여채를 세워 3주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성공회 내부에서 대처 방안을 놓고 불협화음이 빚어지면서 그래미 노울스 주임 사제가 물러나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를 관할하는 행정당국은 노숙 텐트 강제 철거를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가 일단 집행을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