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멕시코로 밀입국했다 실종된 자녀를 둔 중미지역의 어머니들이 아들과 딸을 찾기 위해 멕시코 대순례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EFE통신에 따르면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출신의 어머니 30여명은 멕시코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자녀를 찾기 위해 이틀 전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주(州)에 위치한 테노시케시(市)에 도착했다.


'너를 찾고자 하는 희망으로 너의 발자국을 따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어머니들은 전날 첫 여정으로 타바스코주 주도인 비야에르모사로 향했으며 이후 멕시코 동부와 북부, 서부, 수도 멕시코시티, 남부 치아파스를 차례로 돌 계획이다.


대순례 일정에는 지난해 중미 출신 이민자 72명이 마약갱단에 집단 납치돼 살해됐던 타마울리파스주(州) 산 페르난도의 한 농장도 포함돼 있다.


어머니들은 잃어버린 자녀를 찾기 것 외에도 미국 밀입국을 위해 멕시코로 몰래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인권보장 등을 멕시코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멕시코 정부는 산 페르난도 이민자 집단 학살사건을 계기로 불법 이민자 인권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이민법을 발효했지만 중미 국가들이 멕시코 이민 당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멕시코에는 매년 미국 밀입국을 위해 30만여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과테말라 등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으며 이들은 치아파스에서 북부 미 접경지역까지 이동하는 동안 범죄와 인권침해로 고통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 단속에 밀린 마약 갱단들은 신규 조직원을 모집하거나 범죄행위에 가담할 인원을 확보키 위해 이민자들을 납치한 뒤 조직원 복무를 강요하다 거부하면 가차없이 살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망자의 날(Dia de los Muertos)'을 맞은 멕시코 곳곳에서는 마약폭력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1∼2일 '망자의 날' 동안 멕시코 국민들은 조상의 묘를 찾거나 집에 과일과 촛불을 올려놓은 제단을 차려놓고 먼저 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마약과의 전쟁' 5년을 맞아 마약폭력 희생자들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아들을 갱단에 잃은 뒤 평화전도사로 변신한 멕시코 시인 하비에르 시실리아는 전날 밤부터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멕시코시티 독립기념탑 주변을 촛불과 십자가로 장식해 마약폭력 희생자들을 위로했으며 좌파성향의 야당인 민주혁명당(PRD)도 올해 갱단에 살해된 언론인 13명의 넋을 기렸다.


최근 35명의 피살 시신이 대낮 도로에 유기된 동부 베라크루스주의 주도인 할라파에서는 이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미사가 열렸다. 유네스코(UNESCO)는 2008년 멕시코 '망자의 날' 행사를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