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은 조만간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미집행분' 33만t을 한꺼번에 지원하지 않고 일정량을 나눠 북한에 전달하는 '분할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미국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등 북핵 국면의 진전과 사실상 연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현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현재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꺼번에 지원하는 것보다는 나눠서 집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5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가 세계식량계획(WFP)와 비정부기구 등을 통해 각각 40만t과 10만t씩 50만t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08년 9월 분배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17만t이 북한에 전달된 상황에서 지원이 중단됐다. 이후 미집행분 33만t을 놓고 그동안 몇차례 북한과 미국, 국제기구간에 논의가 있었지만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한반도 상황과 북핵 국면의 악화 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대북 식량 문제는 철저하게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해 결정하는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인도적 지원 문제와 다른 정치, 정책적 이슈를 연계하지 않는다"면서 "식량지원 문제는 전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북한이 실제로 필요한 상황이냐는 판단 등을 평가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전제한 뒤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으려면 과거 문제가 됐던 현지의 (식량배급) 모니터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인도적 지원 문제와 다른 정치, 정책적 이슈를 연계하지 않는다"면서 "식량지원 문제는 전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북한이 실제로 필요한 상황이냐는 판단 등을 평가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 북한에 실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실질적으로 연동돼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대화에서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어떻게 개진되느냐에 따라 식량 지원문제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비핵화 조치의 핵심사안으로 떠오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중단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식량지원 카드를 소진하지 않으려할 것"이라며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설정한 북한은 내부 안정을 위해 식량지원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