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외교정책에 있어서 이슬람 세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슬람 국가와의 문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았고 지난 10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도 이슬람과의 새 관계정립의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9·11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정책수립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나라로 바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불쾌한 인물로 시작해서 위협적인 인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잊혀져 가는 사람이 됐다. 이에 비해 예멘은 2급 관심국이었다가 지금은 1급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의 인적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정보기관들은 아랍어를 구사하는 직원 수를 3배로 늘렸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의 다양한 사투리를 할 줄 아는 직원은 30배나 증가했다. 미 국무부도 아랍어 구사 직원을 500명 늘려 기존의 두배가 됐으며 이슬람과 아랍 국가들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 역시 갑절이 됐다.


이전에는 출판물이나 방송, 인터넷 등에 나오는 이슬람 관련 정보들을 그냥 지나쳤지만 이제는 새 정보부서가 철저히 이를 수집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적 분석을 할 수 있는 직원을 양성하기도 한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안보 보좌관이던 주안 자라테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는 크게 높아졌으며 훨씬 복잡해졌다"면서 "따라서 이슬람 세계를 다루는데 능숙해졌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처럼 이슬람 세계에 복잡한 접근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신뢰하는 새 세력이나 지도자들 내부에 숨어있는 급진적 위험을 간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까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다가 현재 시라큐스 대학으로 옮긴 제임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슬람 국가들을 다룰 때 이들이 중요한 세력이며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사회라는 점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세력은 여전히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정보분석을 강화하고 사법체계를 보완했다. 일반의 인식이나 특히 중동 및 이슬람 세계의 과격 폭력단체에 대한 정부 정책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 결과 미국은 9·11 테러와 같은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지난 2005년 아라비아 반도 내의 알-카에다 지부에 대한 일제소탕작전을 벌여 이 세력을 거의 와해시켰다. 일부 남은 세력은 국경을 건너 예멘으로 도망갔다. 이라크에서도 이전에는 이슬람 급진세력들이 환영받았지만 나중에는 미국의 지원 속에 이들을 쫏아냈다. 카타르에 있는 브루킹스 도하 연구소의 샤디 하미드 애널리스트는 "9·11 테러사건은 급진세력을 옹호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사람들이 분명한 입장을 취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