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등 이미 레임덕에 들어선 곽노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강행하고 나서 적절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곽 교육감은 “2억원을 줬다”고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학생인권조례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자신과 상관없이 일정을 추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은 불교 계열의 참여불교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지난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7일 서울시 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는 교육청 기자실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안 초안을 발표하고, 내년 새 학기에 맞춰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초안에는 학교장이 특정 종교에 관해 교육하고자 할 때 종교 과목을 대체할 별도 과목을 마련하도록 해 ‘미션스쿨’들의 건학이념 구현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 학교의 존재 이유를 박탈하고 있다.

또 학생에게 종교적 행사나 행위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특정 종교과목 수강을 강요하는 행위, 종교과목 대체과목에 과제물을 부과하거나 시험을 실시하는 등 대체과목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 특정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을 차별하는 행위, 특정 종교를 비방하는 등 종교적 편견을 일으키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교육’이지 ‘강요’가 아니다.

이와 함께 특정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한 학교에 대해 입학·전학을 기피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한 학교에 입학할 권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독교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 강력히 우려하던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 항목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제기되던 ‘동성애 허용 추진’ 논란을 피해 조례를 비교적 시끄럽지 않게 통과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같은 방침에 SNS에서 진보나 동성애 진영에서 거센 반대가 일어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 전문가들은 차별금지법안이 이미 제정돼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만들려는 의도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8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내 최종안을 확정, 입법예고하고 오는 11월 서울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공개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조례안은 오는 10월 초 서울시의회에 상정되며, 두 안을 놓고 협의를 거쳐 올해 내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내년 1학기부터 각 학교에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