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 측근의 절반이 말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급습 작전을 펼칠 당시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히스토리 채널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하기 바로 직전까지 입수한 기밀을 이중으로 검토하며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 개시 여부를 고민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 측을 끝까지 고심하게 한 것은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가 정말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북쪽으로 100km밖에 안 떨어진 곳에 숨어있을까'하는 문제였다. 실제로 빈 라덴의 은신처가 있던 아보타바드는 3개의 파키스탄 육군 연대가 자리잡고 있을 그 뿐만 아니라, 쾌적한 날씨와 환경 덕분에 현지 관광 명소로까지 꼽히는 지역이다. 빈 라덴은 산악지대나 동굴 같은 음지로만 숨어다닐 것이라고 추측했던 미국 당국이었기에 아보타바드 은신처의 급습작전 결정은 더욱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드팀(red team)'을 소집해 빈 라덴이 아보타바드 소재 은신처에 숨었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 자료들을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레드팀은 빈 라덴이 이토록 보는 눈이 많은 개방된 지역에 은신했을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급기야 애초 급습작전을 계획했던 측근들의 절반이 작전을 재고할 것을 권고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고심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팀의 보고를 받은 지 4일 뒤인 지난 5월 2일 아보타바드에 있는 빈 라덴의 은신처로 쳐들어갈 것을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명령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히스토리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명령이 떨어지던 그 날, 작전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오바마 대통령뿐이었다"고 말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느꼈을 압박감을 짐작케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해당 작전에 대한 국가이익과 실패할 경우 미국이 각각 감당해야 하는 위협 등은 "본질적으로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이 제거된 직후, 급습작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40분'이라고 표현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히스토리 채널은 오바마 대통령과 도닐런 보좌관, 존 브레넌 백악관 대(對)테러담당 보좌관 등의 인터뷰와 함께 빈 라덴 작전의 뒷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빈 라덴을 조준하다(Targeting Bin Laden)'를 다음달 6일 방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