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지붕 위의 바이올리니스트(Fiddler on the Roof)”입니다. 1905년경, 소련이 공산화되어갈 때에 유대인 부부가 다섯 명의 딸들을 시집보내면서 경험하는 일상사를 다룬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남편 테비에와 아내 골디가 딸의 혼사 문제로 입씨름을 하다가 갑자기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은 나를 사랑해?”하고 묻는 장면이 다음과 같은 노래가사로 엮어집니다.

(테비에) “골디, 나는 ‘페칙’이 우리 딸 ‘호델’과 약혼하도록 허락했소.” / (골디) “뭐라고요? 그는 가난해요. 정말이지 빈털터리라고요.” / (테비에) “골디, 그는 좋은 사람이야. 나도 그 아이가 좋아. 그리고 그 아이가 우리‘호델’을 사랑하고, ‘호델’이 그 아이를 사랑하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제 신시대야. 사랑은……, 골디, 그런데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거야?” / (골디) “뭐라고요?” / (테비에) “당신이 나를 사랑하느냐고.” / (골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느냐고요? 우리 딸들이 결혼하고, 이 일로 온 마을이 시끄럽고, 당신은 속상하다가 지쳤고, 제발 안으로 들어가세요. 가서 좀 주무세요. 잡수신 것이 소화가 안되었나……” / (테비에) “골디,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요, 당신은 나를 사랑해요?” / (골디) “당신 바보로군요.” / (테비에) “알아……, 그런데 당신 날 사랑해?” / (골디) “당신을 사랑하느냐고요? 지난 25년 동안 나는 당신의 옷을 빨았고, 당신의 음식을 만들었고, 당신의 집을 청소했고, 당신의 자식들을 낳아주었고, 젖소의 젖을 짜주었는데, 이제 25년이 지난 후에 왜 새삼스럽게 사랑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 (테비에) “골디,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그 결혼식 날, 나는 겁이 났었어.” / (골디) “나는 부끄러웠어요.” / (테비에) “나는 초초했지.” / (골디)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 (테비에) “그러나 나의 부모님들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갈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지금 묻는 거야. 골디, 나를 사랑해요?” / (골디) “나는 당신의 아내예요.” / (테비에) “그건 알아요. 그런데 당신 나를 사랑해요?” / (골디, 혼잣말로) “내가 그를 사랑할까? 25년 동안 그와 함께 살아왔고, 싸워왔고, 굶주려도 보았고, 25년 동안 내 침대가 그의 것이 되었고, 만일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사랑이지?” / (테비에) “그렇다면 당신이 나를 사랑한 거지?” / (골디) “그런거 같아요.” / (테비에)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거 같아.” / (두 사람이 듀엣으로)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25년이 지난 후에 그걸 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야.”

중년을 지나면서 새삼스럽게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은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온 바로 그 긴 시간들입니다. 그보다 더 큰 사랑의 증거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