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목사님, 참 이런 말씀 드리기가 쑥스럽고 망설여집니다. 저는 집 근처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 생활을 해 오고 있습니다. 교회를 오래 다니다 보니, ‘교회가 이런 곳이구나’ 알게 되고, 교회 생활에 적당히 적응되어 있습니다. 저희 목사님께서는 오랜 신자인 저를 집사로 세우시고, 구역을 돌보면서 성경 공부를 인도하는 구역장까지 시켜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아직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고, 성경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구역 예배가 제게는 얼마나 큰 짐이 되는지 모릅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숙제를 못해서 밤에 잠을 못자는 것처럼, 구역 예배 전날 밤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합니다. 기도를 하려고 해도 무슨 말로 기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역 식구들 가운데 저의 신앙을 눈치 챈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자리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 없습니다. 신앙 얘기보다는 세상 애기로 돌아가서 시간을 적당히 보내고 구역 예배를 마치곤 합니다. 점점 더 하나님께 죄 짓는 것 같고, 저희 목사님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구역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요즈음은 마음이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좋은 조언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A: 집사님에게 맡겨진 구역의 일이 큰 짐으로 느껴지신다니,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오랜 동안 신앙 생활을 하셨지만, 아직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셨다니, 마음이 많이 답답하시겠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교육 전도사로 일할 때입니다. 교회 학교 교사를 맡고 계신 어느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그 교회 중직자의 자제로서 유명 대학을 다니던 젊은이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젊은 남자 선생님이 제게 오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아시다시피, 저의 아버지께서는 장로님이시고, 어머니는 권사님이십니다. 저는 모태 신앙자이고, 어려서부터 교회 안에서 자랐습니다. 이제 부모님의 권유에 못 이겨서 아이들을 맡아 교회 선생님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씀 드려서 주일 날이 돌아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맡겨진 아이들은 몇 명 되지 않지만, 나도 확신하지 못하는 성경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자니, 더 이상 제 양심이 허락치 않습니다. 저는 좋은 종교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만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예수님을 어떻게 순진한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습니까? 저는 제 자신에게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전도사님, 부탁입니다. 저의 부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든지 저를 선생님 자리에서 빼내어 주세요” 그때 저는 그 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우면 그런 말씀을 하실까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시도록 했습니다.

내가 죄인인 것을 깨닫고, 예수님을 개인적인 구세주요, 주님으로 고백해서 구원 받은 확신이 없이, 신앙 생활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거기에 교회 구역장까지 맡아서 일을 하신다는 것은, 집사님께 엄청난 영적 부담이라고 여겨집니다. 현실적으로는, 교회 목사님에게 직접 찾아가셔서 이런 말씀을 솔직히 내려 놓으시고, 구역의 일을 일단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집사님에게 있어서 이 시점이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오히려 이런 일로 신앙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구역 식구들을 보시고 민망스럽고 서먹서먹해 지다가, 그 교회를 떠나서 자신을 모르는 다른 교회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그대로 덮어두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영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은, 큰 책임이 뒤따르는 일입니다. 대수롭지 않고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집사님이 인정하신 것처럼, 오랫동안 교회 생활을 해 오셨지만, 아직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것을 가지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 가십시오. 흔히 머리로 하나님을 이해하려는 분들은,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고 하나님에 대한 지식만 갖게 됩니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마음을 열 때, 그 안에 있는 영이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혹시 집사님께서 두뇌로만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기도할 때도 마음을 열어 하나님께 드리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그리고 저와 대화한 그대로 하나님께 아뢰어 보십시오, 그러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집사님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여전히 집사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성령님은 우리를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생각나게도 하시고, 우리의 기도를 도우시며, 우리가 은혜 안에 잠길 수 있도록 늘 함께 게십니다. 누구든지 성령님의 도우심 없이는, 기도할 수 없습니다. 집사님께서 지금까지 혼자 해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웠던 것입니다. 성령님을 의지하시고 다시 기도를 시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