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결혼에 대한 미드라쉬에 기록된 내용이다. 로마의 한 귀부인은 랍비를 찾아 이렇게 질문하였다. “당신의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6일동안 창조하셨다면, 하나님은 6일 이후에는 무엇을 하시는가?” 이 질문에 랍비는 “하나님은 창조 이후 결혼할 당사자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일을 하신다”고 대답하였다. 랍비는 결혼을 위한 남녀 간의 만남을 하나님이 짝지어 주시는 것으로 믿었지만, 로마의 귀부인은 결혼을 남녀 간에 쉽게 만났다가, 미련을 갖지 않고 헤어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귀부인은 랍비가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집으로 돌아가 수 천 명의 남녀 노예들을 강제로 결혼시켰다. 다음날 결혼한 노예들은 분노하여 귀부인 앞에 나타났다. 한 사람은 깨진 머리로, 또 한 사람은 부러진 팔을 이끌며 귀부인에게 호소하기를, 결혼을 되돌려 달란 것이다. 사랑이 결핍된 결혼은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에 귀부인은 랍비를 다시 찾아가 “당신이 믿는 하나님만이 유일하신 하나님이시고 당신들의 토라가 진리”라 말하였다. 유대인들은 결혼을 일생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는 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아내가 없는 남자는 기쁨과 축복과 선한 것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He who has no wife lives without joy, blessing, or good)” 다음은 유대인의 결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정리하였다.

날자

유대인들은 결혼식 날자를 결정하는데, 안식일과 유대인의 중요한 절기는 피한다. 결혼식을 금지하는 절기는 로쉬 하샤나(유대인 새해), 욤 키푸르(대속죄일),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 티샤베아브, 테벳월의 10일, 탐무즈월의 17일, 그달리야의 금식일, 그리고 에스더의 금식일이 결혼이 금지된 날들이다.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유월절과 칠칠절 사이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 전통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탐무즈 17일부터 티샤베아브의 3주 동안에도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혼식이 금지된 많은 날들은 주로 봄과 여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결혼할 신부와 신랑은 유대 월력을 자세히 살펴 결혼 날자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안식일에는 결혼을 금지하기 때문에 많은 신부와 신랑은 토요일 해진 후 또는 안식일 이후 세 번째 날인 화요일에 결혼하는 것을 선호한다. 화요일에 결혼하는 이유는, 창조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이 날에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을 두 번 하셨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화요일을 축복받은 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례자인 랍비

만약 결혼할 신부와 신랑이 지역 회당의 활동 회원이거나 어려서부터 회당에서 성장했다면, 주례자인 랍비를 결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회당과 특별한 관계를 갖지 않은 유대 젊은이들은 주례자를 찾기 위해 랍비를 만나야만 한다. 결혼 주례자 랍비를 찾는 일은 유대 젊은이들에게 고민스런 일이다. 종종 신부와 신랑 양쪽 부모가 그들과 관련된 회당 랍비를 결혼 주례자로 추천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은 직접 주례자를 정하기를 원하여 주례자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신랑과 신부는 주례자 랍비만 아니라 결혼식을 돕는 칸토(Cantor)도 결정해야 한다. 칸토는 회당에서 회당 예배를 돕는 전문인을 말한다. 주례자를 결정하기 위해 젊은 커플들은 지역 회당 또는 여쉬바(Yeshiva)라는 랍비 학교를 방문한다. 그러면 여쉬바에서는 경험이 많은 교수 랍비가 결혼 주례자로 젊은 랍비 교육생을 추천하기도 한다. 랍비 교육생은 경험을 위하여 결혼 주례 맡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당 랍비는 바쁘기 때문에 결혼식 준비와 주례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지만, 그러나 랍비 교육생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커플과 보낼 수 있어 교육생들이 주례를 담당하는 일들도 많다.

결혼 주례자가 결정되었으면, 결혼 당사자들은 결혼식 진행에 대하여 주례자와 견해 차이가 없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진행하는 유대 결혼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례자가 어떤 특별한 결혼 증명서(크투바)를 원한다면, 결혼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동일한 생각을 갖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혼식

엄격한 유대 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란 젊은이들도 전통적인 유대 결혼식이 매우 엄격하게 진행되는 것에 놀란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결혼식은 오직 신랑 만이 신부에게 반지를 건넨다. 이것을 킨얀(Kinyan)이라 하는데, 신랑이 신부에게 반지를 건네므로 ‘아내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남녀의 가치와 인권을 동등하게 여기는 많은 현대 유대 젊은이들은 킨얀(Kinyan) 전통을 따르지 않고, 두 개의 반지를 준비하여 서로 교환하는 일들도 있다. 그런데 유대 전통을 고집하는 랍비 주례자를 만나면, 결혼 당사자들은 서로 의견을 절충해야 하는데. 이로 말미암아 결혼식이 복잡해 질 수도 있다. 현대식 결혼 일부를 받아들이는 개혁주의 랍비들도 있지만, 여전히 전통을 지키는 랍비들이 많다.

결혼 증명서 (Ketubah)

▲결혼 증명서.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결혼을 증명하는 결혼 증명서인 크투바(Ketubah)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크투바는 ‘문서에 기록한다’는 뜻이다. 크투바는 구약 성경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반면 이혼증서(세페르 크리툿트: 신 24:1, 사 50:1, 렘 3:8, 마 5:31)는 기록되었다. 유대교는 기독교와 달리 이혼이 합법적이다. 가장 오래된 결혼 증명서는 이집트의 남부 엘레판틴에서 발견되었다. 주전 586년 남 유다가 멸망한 이후 많은 유대인들은 이집트로 피신하여 엘레판틴에 정착하였다. 엘레판틴에서 발견된 많은 문서들 중에는 파피루스에 기록된 주전 5세기의 결혼 증명서도 포함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결혼 증명서는 유대인 사회에서 매우 오래 전에 정착된 결혼 관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신랑은 결혼하기 위하여 결혼 지참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남자는 결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전 1세기 랍비 시몬 벤 쉐타흐(Rabi Shimon Ben Shetai)는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신랑이 지불해야 하는 결혼 지참금을 결혼 증명서에 기록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하였다. 실재로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지불할 것을 기록하여 결혼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크투바는 법적 효력을 가진 문서로, 크투바 그 자체가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경우도 많다. 유대인들은 결혼 증명서를 파피루스, 종이, 양피지, 또는 석판에 새기기도 한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전문 장인을 고용하여 크투바를 디자인하고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만약 신랑과 신부의 이름이 성경에 나오는 이름일 경우 그들의 이름이 언급된 성경 구절을 결혼 증명서에 그림과 함께 장식하기도 한다. 크투바에 많이 기록되는 성경 구절은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 (잠 18:22)이다. 전통적으로 크투바에는 신랑과 신부의 이름, 결혼 날자, 장소, 두 사람의 권리를 기록하며, 특히 신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혼 또는 남편이 사망할 경우 그녀의 권리와 받을 재산을 크투바에 적기도 한다. 소수의 유대 젊은이들은 이런 전통적인 크투바를 무시하는 대신 그들의 바램, 원하는 것을 크투바에 적는 일들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유대 결혼 전통을 따른다.

신랑과 신부는 크투바를 만들면, 크투바에 사인할 증인 두 사람을 결정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크투바에 사인하는 사람은 유대 전통을 잘 지키는 유대 남자로 정한다. 일부 개혁주의 랍비는 여자를 증인으로 허용하기도 하지만, 그 수는 소수이다. 결혼식을 인도하면서 주례자는 크투바를 후파에서 읽는다. 크투바의 배경 그림으로는 예루살렘 전경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후파 (Hupah)

유대인의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후파(Hupah)이다. 성경에는 후파를 신방(시 19:5, 욜 2:16)으로 기록하였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후파는 신부, 신랑을 덮는 장막(canopy)을 말한다. 유대인의 결혼식은 반드시 후파 아래에서 진행된다. 후파는 거룩한 결혼을 위하여 장소를 구별하는 것이다. 후파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두 사람에게는 친밀한 작은 공간이다. 후파는 두 사람만을 위한 새 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장막이 열려 있었던 것처럼 후파는 신랑과 신부에게 어떤 방문자들도 맞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꽃으로 장식한 후파도 있고, 천으로 꾸민 후파도 있다. 후파는 전통적으로 친구와 가족들이 결혼할 두 사람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다. 후파는 네 개의 기둥으로 세운다. 기둥을 고정하여 후파를 세울 수도 있고, 또는 네 사람이 기둥을 붙들고 후파를 지탱할 수도 있다. 결혼식 후파의 기둥을 잡는 일은 매우 영광스러운 것으로, 신랑 또는 신부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후파의 기둥을 잡는다.

탈무드 시대에 후파는 결혼 예식과 동일한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당시 유대인 가정은 아들을 낳으면 삼나무, 딸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 나무가 자라 자녀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 후파를 받치는 기둥으로 사용하였다. 후파를 만들 수 없을 때는 탈릿(기도 천)을 신랑과 신부 머리 위를 덮어 후파를 대신하기도 했다. 신랑과 신부 머리를 기도 천으로 덮는 것은 룻기 3:9절과 에스겔 16:8절에 근거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뮤지컬 영화인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차 세계 대전 이전 제정 러시아의 작은 마을 아나테브카를 배경으로 구성되었다. 테브예는 유대인의 전통을 지키는 순박한 농부이다. 테브예는 세 딸들이 유대 전통에 따라 중매쟁이를 통해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지만 딸들은 전통보다는 사랑하는 남자를 원하였다. 큰딸 짜이텔은 마을의 가난한 재봉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둘째 딸 호델은 혁명에 가담한 애인을 사랑하고 결국은 그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셋째 딸 하바는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기독교인을 사랑하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강행한다. 유대인의 전통과 가족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유대인의 결혼식과 관련된 한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아버지 테브예는 애인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둘째 달 호델을 배웅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나온다. 아버지는 둘째 딸을 떠나 보내면서 이렇게 당부한다. “어디서 결혼을 하더라도 꼭 후파 아래에서 결혼을 하거라”

결혼 의식

유대인들은 결혼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들이 있다. 많은 예들이 있다. 신랑과 신부 이름 그리고 결혼식 날자를 새긴 키파를 하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 있다. 후파 아래에서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에게 키두쉬 컵(Kiddush cup)이 필요한데, 키두쉬 컵으로 가정에서 유산으로 내려오는 컵을 사용하는 일들도 많다. 일반 결혼식과는 다르게 유대인 결혼식에는 유리 컵을 깨는 의식이 있다. 컵을 깨는 일은 성전이 파괴된 것을 기억하기 위하여 시작된 의식이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바뀌어 앞으로 새 가정에 일어날 불화를 미리 깬다는 의미로 행한다. 현대 유대인들은 깨진 컵 조각을 모아 메주자(Mezuzah)로 만들거나, 촛대(candlestick)로 변형시켜 사용하는 일들도 있다.

결혼 잔치

유대인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잔치를 오래 갖는다는 것이다.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은 최대한 신랑과 신부를 영광스럽게 해야 한다. 결혼식 잔치는 우프루프(부르다-aufruf)로 시작된다. 신랑과 신부는 전통적으로 원을 그리고, 신랑은 알리야(올라가다-aliyah) 곧 축복을 받기 위하여 토라를 가져온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는 미스베라흐 브라카(mishebeirakh brakha)를 받는다. 미스베라흐 브라카는 토라를 읽으면서 두 사람을 축복하는 축복 의식이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는 사탕으로 세례를 받는다. 이것은 그들의 삶이 달콤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결혼 잔치에 빠지지 않는 것은 하객들을 위한 결혼 만찬(Kiddush meal)을 준비하여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여 오랫동안 식사한다.

전통적으로 신랑과 신부는 성스러운 결혼을 위하여 정결 의식(Mikveh)를 행한다. 결혼식이 있기 한 주간 서로 떨어져 정결 의식을 행하며 결혼식 날에는 금식하는 것이 그들의 전통이다. 결혼식에 금식하는 이유는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앞으로의 삶을 영적으로 진지하게 준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결혼식은 신부와 신랑 두 사람에게는 욤 키푸르(대속죄일)와 같다고 말한다. 그들의 결혼이 정결한 상태로 들어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일부 유대 젊은이들은 복잡한 유대 전통을 간소하게 진행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통에 따라 복잡한 결혼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식 날, 금식하기 보다는 가볍게 식사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후파 아래에서 결혼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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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