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에 화려하지 않는 가을 국화와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집사님을 통해 코스모스 꽃씨를 구해 새 성전 주변에 여기 저기에 심었는데 새 성전 들어오는 입구 오른 쪽 편에만 주로 싹이 나고 많이 자랐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꽃은 쉽게 실증이 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다운 귀품도 있고 꽃잎이 여러 겹으로 꽉 차 있어서 답답하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또 꽃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꽃다운 아담한 모습도 좋습니다. 꽃이든 사람이든 지나친 화려함은 자기만 뽐내는 것 같아 마음이 닫히기 쉽습니다. 조금 수줍은 듯한 꽃이 정이 가고 한번 더 보게 됩니다. 코스모스가 바로 그런 꽃입니다.

또 색깔도 좋습니다. 자주색 분홍색 하얀색이라 눈에 쉽게 띄지만 천박하지 않게 조금 자신을 감추는 원색입니다. 꽃이나 사람은 너무 감추거나 드러내는 것도 아닌 적당한 자기 표현이 좋습니다. 코스모스가 그런 꽃입니다. 또 씨를 뿌려 놓으면 다른 색의 꽃들이 섞여 피어서 현란한 꽃밭을 이룹니다. 한 배에서 난 자식들이 그 모양이나 성품이 다르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품어주는 모성애의 너그러움이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또 지난번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맛비 같은 폭우에 교회를 와서 코스모스를 보았습니다. 비를 맞고 있는 얇은 꽃잎이 물기에 젖어 풀이 죽었습니다. 가지는 비바람에 속수무책으로 이리 저리 휘둘렸습니다. 너무 가냘프고 여리게 보였습니다. 비바람이 그친 후 그 다음 날 와보니 더 아름답고 예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언제 폭풍우가 왔느냐는 듯이 말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하나님의 백성들 같습니다. 몇 분들이 조금 자란 코스모스를 체육관 벽 쪽으로 몇 포기 옮겨 심었습니다. 옮겨 놓은 후 물은 자주 주었지만 애틀랜타의 작렬하는 태양 빛에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며칠을 두고 계속 보았습니다. 살아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지금은 한 그루도 죽지 않고 살아서 다른 꽃보다는 늦었지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휘어질 망정 부러지지 않는 부드러움과 함께 인내와 근성이 있어서 좋습니다.

또 처음 핀 꽃을 기억합니다. 키가 크지 않은 원줄기에 자주 빛 코스모스가 피었습니다. 첫 코스모스였습니다. 그런데 난장이 같은 작은 키에 꽃이 피면 이제 더 이상 코스모스는 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이 들었습니다. 난장이 코스모스 꽃씨를 잘 못 구입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꽃을 피우면서 키가 크는 약을 먹은 것처럼 계속 자랐습니다. 지금은 키가 제 어깨만큼 옵니다. 꽃이 피었다고 만족하지 않고 계속 자라는 코스모스는 작은 것이라도 이루어 놓으면 자만하여 쉽게 안주하려는 우리에게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래서 코스모스가 좋습니다. 코스모스가 꽃 중의 왕은 아닐지 몰라도 잘 자라 남의 시선을 끄는 예쁘고 우아한 공주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교회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