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애틀랜타 지역에서 포도나무소년소녀합창단(이하 포도나무합창단, 단장 문줄리아)을 이끌어 온 강임규 지휘자를 만났다. 부와 명예가 주어지는 일도 아닌데, 부침도 많고 변화도 많은 이민사회에서 한 우물을 십 년이나 파온 그에게 있어서 합창단은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로 멋진 화음을 선사하는 노래’ 그 이상의 의미였다.

“한번은 연주회를 5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하다가 엉엉 운 적이 있어요. 바로 5분 후에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집중을 안 해서 말로 타이르다가 도저히 안돼서 함께 기도하자고 눈을 감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속으로는 ‘하나님 제가 이 일을 왜 해야 합니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찬양을 하게 하신 이유, 우리가 노래하는 목적을 다시 새기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렇게 원수 같던 아이들도 무대에서 멋지게 찬양하고 노래하는 것을 보면 천사 같죠(웃음).”

2000년부터 시작된 포도나무합창단은 ‘과연 저렇게 어린 아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꼬마들이 문을 열었다. 처음엔 부끄러워 무대 위에서는 입도 벌리는 중 마는 둥,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노래하던 아이들이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표현해가는 모습과 함께 성장해 온 것.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아이들은 어리지만, 1기 합창단에 참여했던 한 소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할 정도로 합창단의 연륜 만큼은 어리지 않다.

강임규 지휘자는 합창단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성년이 되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올바른 마음과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난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보람된 일이라면 1회부터 자라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한 모습을 볼 때입니다. 어디에 있든 열심히 살고, 나쁘다는 소리 안 듣고 신앙생활도 흔들리지 않고 해나가는 걸 볼 때마다 아이들이 바로 포도나무인 예수님에 붙어 자란 ‘포도열매’라는 생각이 들죠.”

▲지난 정기연주회 모습. 성경속 인물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포도나무합창단은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모임은 아니다. 가장 우선은 아이들에게 크리스천마인드를 심어주고자 노력한다. 우리가 왜 살고, 찬양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고 매 연습시간마다 시작과 끝은 기도로 한다. 곡 설명을 할 때도 단지 객관적인 사실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 신앙적인 배경을 때로는 일화를 통해, 때로는 성경 구절을 통해 이야기 해준다. 아이들 마음에는 차곡 차곡 ‘바로 내가 하나님을 대표해서 노래하는 구나!’라는 자부심이 쌓이게 된다.

또한 노래를 하면서 서로의 음을 듣고 자신의 음을 맞추다 보니 상대의 소리를 경청하는 법, 화음을 이루는 법을 체득하게 되고, 단체생활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 공동체 의식을 갖게 돼 어떤 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내면의 힘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보너스로 부모님들은 찬양을 흥얼거리는 아이들을 뿌듯해 하고, 음치라고 생각되는 아이들도 여럿 교정을 받고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효과도 있다고.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들의 어린이 합창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서 단원을 모집하는 게 힘들었어요. 10명 15명으로는 합창단 구성이 어려워 그럴 바에는 소년들로 구성된 ‘소년 합창단’을 만들자는 구상을 했고, 지난 2년 동안 소년 합창단으로 활동을 했어요. 변성기 전에 남자 아이들은 어떻게 보면 여자 아이들보다 더 맑고 깊고 풍성한 음량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호응이 좋았고 입단을 희망하는 여자아이들이 입단하기를 위해 너무 많이 기다려서 다시 소년소녀합창단으로 전환했습니다.”

포도나무합창단 내에는 소년 합창단, 부채춤 등으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여자 어린이팀, 소년소녀합창단, 벨콰이어 팀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게 된다. 10-1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옛날과 지금, 고전과 현대, 클래식과 모던한 공연을 선보일 수 있고, 각각의 팀이 따로 공연도 하게 된다. 정기연주회는 일년에 두 번씩, 상반기에는 바이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크리스마스에 전후로 경쾌한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10년을 달려온 포도나무의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

“아이들에게 넓은 시각을 심어주고 싶어요. 주어진 자리에서도 잘 해야겠지만, 차곡 차곡 더 다듬어서 가까운 남미로 또는 아프리카나 유럽 또한 아시아로 선교 공연을 가서 낮에는 전도하고, 밤에는 콘서트 하고, 영어도 가르쳐주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열어주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다양함을 맛보게 해주는 통로가 되고 싶습니다.”

포도나무합창단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주님의영광교회(담임 이흥식 목사)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며 문의는 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