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아래 있는 종교사학들이 종교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선교에 두어선 안 되는 걸까. 이 문제를 두고 서로 상반된 입장이 나왔다. 한국기독교교육정보학회(회장 손원영 박사)가 28일 호서대학교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대회를 통해서다.

‘공교육에서의 종교교육’을 주제로 한 이날 학술대회에선 원광대학교 교수이자 한국종교교육학회 회장인 김귀성 박사가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의 과제와 전망’을 제목으로, 호서대학교 교수인 한미라 박사가 ‘공교육에서의 개신교 학교 종교교육의 희생’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두 발제자는 ‘종교사학은 종교교육을 통해 선교를 실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서로 엇갈린 대답을 내놨다.

학교교육, 특정 종교로부터 자유로워야

먼저 김 박사는 “학교교육을 선교의 일부와 동일시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학교에서 종교교육은 끊임없는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며 종교사학이 선교를 목적으로 종교교육을 행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일반적으로 교화는 비난조의 의미를 함유한 가르침의 한 방법으로 목적, 내용, 방법, 결과의 측면에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더구나 종교를 교과내용으로 하는 경우 종교교화를 범하게 되면 이는 또 다른 이름의 선교와 다를 바 없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교화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포교나 입신지도 등의 목적으로 어떤 신념체계에 대해 개방적 사고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가르치는 내용의 성격이나 조건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고 내용측면에서 허위인 명제를 가르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만일 종교교육이 학생의 건전한 종교성 함양을 전제한다면 개방적 사고와 합리적 방법, 그리고 맹목적으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주입하는 것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종교교육과 종교선교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은 학교교육답게 할 수 있도록 특정 종교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이라며 “학교교육이 교육의 장이라면 특정 종교의 선교의 장으로 치환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만일 선교를 위해서 그런다 할지라도 그런 접근은 선교에도 도움이 될까 의문해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독교학교, 교육 통한 선교에서 시작

김 박사의 이같은 견해와 달리 한 박사는 “기독교학교는 하나님을 위해, 그리스도에 의해 이 세계 속에 파견된 학교 즉, 기독교복음에 기초한 교육의 사명을 위임받고 있는 학교인 것”이라며 “결국 우리나라의 기독교학교는 교육을 통한 선교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하나님의 선교의 장은 교회나 어떤 특정한 단체가 아니요, 전 역사와 세계로 볼 수 있다. 기독교학교도 역사 속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참 인간으로서 변화를 목표로 삼는 공동체라 볼 때 하나님의 선교의 장임에 틀림이 없다”며 “기독교학교의 사명은 교목을 청빙하여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교육적 행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아래서 이해되고 용납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박사는 또 “기독교학교에는 예수의 지상명령을 지키고 하나님의 선교의 맥을 이어나가려 애쓰는 많은 기독 교사들이 있다. 이들이 선교명령을 지키고 실천해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육하는데 애쓰고 노력하는 한 기독교학교의 존립의 명맥은 세상 끝날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한국과 같이 묘한 공교육의 체제 하에서 사립학교로서의 개신교 학교는 무엇보다도 학교의 존립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먼저 깊이 성찰하고 기독교를 건학이념으로 지키려는 믿음의 확신을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한 박사는 “예전의 초기 선교사들과 평준화 이전의 기독교학교의 교목들과 교사들이 지녔던 선교에의 열정은 이제 학생의 종교자유와 신교 학교로서는 어쩔 수 없는 교육환경의 변화에 점점 그 선교적 사명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박사는 종교사학이 종교교육을 통해 그 사명인 선교를 완수하려면, 교회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학교가 청소년들에게 종교교육과 선교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마련되기 위해 현재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후원회를 조직하는 일”이라며 “초교파적으로 기독교학교 후원재단을 설립하고 각 교파별로 대표를 선임해 개신교 종립학교 살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긴급히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