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장남이 두 세 살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 교회에 온 성도들이 "야, 너 저 앞에서 설교하는 목사님의 아들이구나?" "완전 붕어빵이구먼"할 정도로 나와 아들은 참 많이 닮았다고 했다. 아이들 생김새가 부모 닮는 것이 무슨 화제가 되겠는가 싶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생김새 뿐 아니라, 습관적 몸동작도 비슷할 때가 많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 번은 집 안에서 둔탁한 퉁퉁 소리가 난다. 나는 의아하여 "이게 무슨 소리야?" 아내에게 물었다.

"어쩜 이 닦는 습관도 아빠랑 똑 닮았어." 나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소리나는 쪽을 향하여 하는 아내의 말이었다. 큰 딸이 이를 닦고 칫솔의 물기를 빼기 위해서 세면대 가를 두둘겨데는 소리라고 했다. "칫솔을 저렇게 요란하게 두둘기나?" 이 닦는 습관이 좀 별나다 싶어 한 마디 했더니, 아내는 웃으면서 나도 이 닦을 때 그런다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저래?"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는지 나도 별 의식하지 않았는데, 칫솔의 물기를 뺄 때마다 세면대에 칫솔을 서 너 번 때리는 버릇은 나에게서 시작된 집안의 이력이라고 한다.

그 날 저녁 막내 딸이 이 닦는 모습을 가만히 보았는데, 정말 웃긴 것은 막내 역시 이를 닦은 후 칫솔을 세면대에 두둘기며 터는 것을 보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까지 절로 웃음이 나온다.

막내 딸이 아직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내가 급히 나를 안방으로 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얼른 달려가 보았더니, 아이들 셋이 우리 침대에서 놀다가 다 잠이 들었는데, 세 명 다 할렐루야를 부르는 자세로 자고 있었다. 그때도 아내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내가 바로 저렇게 할렐루야 부르는 모습으로 잠을 잘 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자식 아니랄까봐 모두 할렐루야 찬양하듯 자고 있으니, 너무 웃긴다고 나를 불러 보라는 것이었다.

어린이 주일이다. 나도 모르게 하는 행동도 아이들이 배운다는 사실에 섬짓하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 행동으로 나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표정이 늘 밝은 아이들이 있다면, 십중팔구 그 부모의 얼굴이 밝다. 그러나, 교회에서 볼 때마다 골이 나있는 아이들이 있다. 참 희안한 것은 그 부모도 볼 때마다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는 듯 얼굴이 늘 어둡다. 부모로서 표정관리도 신경쓰는 좀 멋진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닦는 것이라도 좀 폼나게 영화배우처럼 닦는 방법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