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처럼 사건이 많은 시기도 많지 않다. 자고 나면 굵직 굵직한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일본의 쓰나미나 원전사고 소식이 그렇고, 이집트와 리비아를 시작으로 중동지방에서 들려오는 자유에 대한 열망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을 일일이 기록해 놓는다면 20-30년쯤 지나서 아주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언제일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중국에서 터져나올 개혁과 자유화의 물결은 세상을 온통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한편 구소련이 붕괴하고 세계적으로 절대강자를 자처하던 미국의 자존심이 요즈음처럼 구겨진 적도 없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에게는 미국이 아직도 강한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별로 녹록하지 못하다. 더우기 지난 주에는 국가폐쇄의 가능성으로 나라안이 온통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어수선했다.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10월 1일에 시작해서 그 다음해 9월 30일로 끝난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시행되어야 할 연방정부의 예산안이 아직도 의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집행되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법으로 정한 시한이 지난 주 금요일이었고, 이를 어기게 되면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민주와 공화의 양당체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의회는 이와 같은 극심한 대립상황에 아주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결국에는 최종시한을 한시간 앞두고 한발씩 물러나면서 정부폐쇄라는 극한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공화당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대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실상 지금의 엄청난 재정적자는 공화당인 부시행정부 시대부터 크게 악화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경제위기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으로 인해서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책임은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결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예산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양당의 대립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국가폐쇄는 일시적으로 왕왕 있어 왔기 때문에, 이내 정상화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5월이면 맞을 수 있는 국가부도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14조 달러이상이 되는 심각한 부채를 지고 있다. 다른 국가와는 달리 미국의 연방정부는 의회가 정한 상한선 내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한 데, 이번 5월 중순이면 그 한도에 도달하게 될 전망이다.

연방정부는 계속해서 적자재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는 늘어나기만 한다. 정부는 일년 예산의 10%가 이자를 갚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결국 빚을 갚기 위해서 돈을 더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개인에 비유하자면,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서 기존의 카드빚을 갚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에 의회가 상한을 늘려 주지 않는다면 만기가 되어서 돌아오는 채권에 대해서 지불이 불가능해지고,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즉, 기업이 어음을 막지 못해서 부도가 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단 국가부도가 나면 이를 만회하는 데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의회가 이를 무조건 방치할 리는 만무하지만, 이를 빌미로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제적인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연방정부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국가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의지도 없어 보인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제성장률과 실업율에 정치적인 목숨을 걸고 있는 한 더욱 그렇다. 오바마 정부는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서 다시 한번 부자들의 주머니를 노려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지는 못한다. 국가부채는 국가의 문제이고, 결국에는 국민의 문제다. 정부가 악화시켜 놓은 일을 국민들이 나서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민들이 문제를 옳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나 개인들도 모두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하다면 미국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 지기만 할 것이다.

출처=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