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세계의 모든 교회는 사순절을 지내고 있다. 사순절의 마지막 주간인 고난주간이 끝나면 부활주일을 맞는다. 기독교회에는 두 개의 큰 축일이 있다. 그것은 부활절과 성탄절이다. 성탄절이 매년 12월 25일이라는 것은 신자는 말할 것도 없고, 불신자들까지도 다 안다. 12월 25일은 국가 공휴일이어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지만, 성탄절이 공휴일로 정해져 있어서 누구나가 즐기며 기대한다.

그런데 성탄절은 일정한 날로 정해져 있는데, 왜 부활절은 정해져 있지 않고 매년 다른 날짜일까? 작년, 금년, 내년, 그리고 오고 오는 모든 해의 성탄절은 누구나 잘 알지만, 실제로 작년 부활절 날짜도 이미 잊은 지 오래고 더욱이 내년 부활절 날짜를 아는 사람이 없다. 목사요 신학교 교수인 필자도 모른다. 왜 이렇게 부활절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을까? 거기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 예수님의 신성 문제 결정

4세기 초엽 초기교회 안에 신학적 문제가 하나 제기된다. 그것은 예수님의 신성에 관한 문제였다. 초기교회는 일반적으로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일한 분으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과 완전 동일한 분이 아니고, 하나님의 최초 피조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즉 예수님의 신성을 의심한 것이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교구의 장로였고 신학자였던 아리우스(Arius)는 예수님의 신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은 오로지 한 분이어야 한다. 신이 둘이면 신의 절대성이 상실된다. 따라서 신은 하나님 한 분 뿐이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최초 창조물이다. 따라서 예수님은 존재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There was (a time) when he was not.) 하나님은 영원한 존재이나, 예수님은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교회 안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분열된 로마제국을 간신히 통일시킨 콘스탄틴 황제에게 교회의 분열은 골칫거리였다. 그는 교회가 분열하면 제국이 분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콘스탄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마제국 안의 모든 교회가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할 전체 교회 회의를 명령한다. 325년 소아시아 니케아(Nicaea)라는 소읍에서 300명 이상의 감독들이 모인다. 이 회의를 제1차 전세계교회회의(Ecumenical Council)이라 한다. 회의가 희랍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희랍어를 사용하지 않은 서방교회에서는 6명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황제가 의장이 되어 진행된 회의에서 아리우스가 주장한 예수님의 신성부인을 배척하고, 알렉산드리아 감독 알렉산더를 수행한 해박한 신학적 지식을 가졌고, 논쟁적인 젊은 집사 아타나시우스(Athanasius)가 주장한, 예수님은 하나님과 완전 동일한 본성(Homoousios)을 가지신 분으로, 하나님과 완전히 동일하신 분이라는 주장을 결정하고, 아리우스를 이단으로 정죄하여 추방하였다.

- 부활절 날짜 결정

이 니케아 회의에서 부활절 날짜가 결정되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부활한 날이 안식일(토요일) 후 첫날 즉 주일(일요일) 새벽이다. 그러므로 부활절은 주일이다. 그런데, 동방교회(희랍정교회)와 서방교회(로마 가톨릭교회)는 서로 다른 부활절을 지켜왔다. 동방교회는 유태교의 전통에 따라 유월절(니산월 14일)을, 서방교회는 유월절 바로 다음에 오는 주일을 부활절로 지켜왔다. 부활절 날짜를 통일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동, 서방교회가 서로 다른 날에 부활절을 지키는 것을 통일하기로 하고 토론한 후 서방교회의 전통 즉 주일을 부활절로 지키기로 결정하였다. 동방교회가 지키던 유태교의 유월절이 아니고, 유월절 후 오는 첫 주일로 정한 것이다. 따라서 부활절 날짜는 유월절과 밀접하게 관계가 된다. 유태인들은 음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계절이 왔다 갔다 한다. 태양력은 윤년(閏年), 즉 4년마다 하루를 더하여 2월을 29일로 하지만, 태음력에서는 5년에 두 번꼴로 윤달이라 하여 한 달이 더해져 일 년이 13개월이 되는 아주 불규칙한 형태를 띤다.

그러므로 부활절 날짜는 먼저 태양력에 따라 “춘분(春分)이 지나고, 만월(滿月:보름달) 지난 후 첫 주일”로 규정됐다. 만월이 들어간 것은 유월절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활절 날짜를 정하려면 태양력과 태음력 두 달력을 갖다 놓고 정해야 하므로 매년 날짜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년 부활절 날짜를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달력을 만드는 사람들이 양력으로 춘분을, 음력으로 춘분 후 만월을 따져야 부활절 날짜가 나온다. 부활절은 봄철에 있으므로 겨우 내내 추위와 눈 속에 움츠리고 죽은 것처럼 고요하던 만물이 움트고 새싹이 돋아나는 새 생명의 계절이어서 한결 더 의미가 깊다.

부활절에 삶은 계란을 나누어주고, 계란을 찾는 행사가 시작된 것은 계란에서 새 생명인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의미가 부활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활절과 계란이 연결된 것은 11세기 말엽, 중세 십자군운동에서 비롯되었다. 무슬림들에게 점령당한 성도(聖都) 예수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동방으로 진군하던 십자군들에게 동방교회 교인들이 부활절에 달걀을 삶아서 공급한 것이 효시라 전해진다.

경건, 절제, 금욕의 사순절을 고난주간으로 마무리 하고,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구주 예수님의 부활을 찬양하고 경축하며 새 삶으로 나아가는 뜻 깊은 부활절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