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원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법무법인 로고스의 김용호 변호사를 직무대행으로 지명했습니다. 한기총은 69개 교단과 19개 단체가 가입한 한국 개신교계 최대 연합체입니다. 한기총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던 세상 사람들에게 최근에 갑자기 한기총과 관련된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돈 선거가 이루어진다고 폭로한 양심 선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기도회를 인도하던 중 대통령을 무릎꿇게 해서 또 한번 대중의 눈에 띄었습니다. 대통령을 무릎꿇게 한 것과 직무 정지 판결이 아무런 관련은 없겠지만 신문 편집자들은 "대통령 무릎꿇게 한 길자연 목사 직무 정지되다"라고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대표회장을 뽑는 과정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소송의 원고측 손을 들어 주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직무대행으로 지명한 김용호 변호사는 첫 출근을 하면서 성경책과 법원 판결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꽃다발과 명패를 물리치고 상근 직원들과 가장 먼저 예배를 드렸습니다. 어떤 원칙으로 일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첫 번째는 법률, 두 번째는 상식, 세번째로 하나님의 뜻"을 언급했습니다.

목회자의 핵심역량은 형편없이 약화되고 오히려 평신도 전문가의 핵심역량이 커졌습니다. 그 정도 차이가 너무 커서 이제 목회자의 전문 영역에서 조차 평신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압축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한 두가지 영역이 힘겹게 변화를 이끈 것이 아닙니다. 모든 분야에서 급속한 성장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고 물 위에 떠 있던 배들이 한꺼번에 파도에 쓸리듯이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경제 성장 뿐 아니라 기독교의 부흥도 그 시기에 집중되었고 민주화 과정도 동일한 시기에 거대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당시에 이러한 변화를 앞장 서서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결코 과소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변화를 이끌었던 분들이 감당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거대한 파도 타기에 앞장 서는 일이었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당시 지도자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도자로서 가진 역량보다는 남보다 앞서가는 개척 정신,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 정신, 현상유지를 수용하지 못하는 혁명가적인 자세 등이 더 큰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도전 정신이나 혁명 정신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도자가 가진 근본적인 역량이 없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제 압축 성장은 지나 갔습니다. 내 달리던 사람들은 이제 뛰지 않고 걸어야 합니다.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뒤 처리를 신경써야 합니다. 건물을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 사람 살만한 실내를 꾸미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지난 20년 동안에 치열한 국제적인 경쟁에서 생존해야 했던 금융, 기업, 법률 분야에서는 새로운 리더가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내에 안주하고 외부적인 위협이 없었던 문화, 종교, 학문, 정치 분야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 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70-80년대 리더십이 주도하게 되면서 대중에게 충격을 주는 리더십의 실패가 벌어집니다. 예술인 교수의 비리, 종교인의 비리, 학자 출신 정치인의 비리, 최고 엘리트 테크노크래트의 추문 등이 마구 터지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리더십의 역량이 뒤지게 되면 쉽게 다른 분야의 리더십이 넘어와 장악하게 됩니다. 교회에서도 이제 평신도 리더십이 더욱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영적 훈련을 받고 교회 밖에서 리더십 역량을 키운 새로운 리더십이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