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1월 13일 이민 여권을 가진 한국인 102명이 미국에 도착해 한인 이민사를 연 지 1세기가 넘었다. 그리고 오늘날 230만 명의 미주 한인들이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세계 175개국에 퍼진 또 다른 470만 해외 한인들 역시 각처에 한인 사회를 형성하고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 한인들은 정작 한국에서도, 이민 현지에서도 충분한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한국에서는 해외 한인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조차 없다. 또 이들에겐 투표권이 없다. 현지에서 소수 민족으로 받는 차별과 냉대는 말할 것도 없다. 미주한인교회총연합회 김원삼 회장은 최근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KICA) 세계총회에서 “지난 30년간 쓰라린 이민 생활을 겪은 나로서는 ‘동포’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흥을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민족의 자산이요, 조국 세계화의 첨병인 해외 한인들의 고충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권익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외 한인 공식 명칭 아직 없어

KICA 세계총회 마지막 날인 2일 국회에서 ‘해외 한인을 위한 바람직한 교류와 협력’을 주제로 열린 해외동포문제 대토론회에서는 해외 한인의 중요성과 함께 공식 명칭 제정 및 권리 신장 문제 등이 다뤄졌다.

재외동포재단 이구홍 이사장은 7백만 해외 한인에 대한 공식 명칭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유대인(Jews), 중국은 화교(華僑), 일본은 재외방인(在外邦人) 등 각 국가별로 해외 동포를 지칭하는 명칭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세계 한인’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코리아문화교류협회 김철 회장은 “해외 한인의 3분의 1은 소속국의 국적을 취득하여 한국인이라는 의미를 지닌 ‘한인’이라는 말보다는 ‘동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서는 중국인을 지칭하는 ‘한인(漢人)’이 있으므로 ‘한인(韓人)’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한인 권리 신장에 적극 나설 때

전용태 공동대표(성시화운동본부 대표본부장)는 대토론회에서 “해외 일시체류자, 영주권자, 이중 국적자 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두 번 모두 통과되지 않았다”라며 “해외 한인들의 법적 지위를 회복시키는 이 법안이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경수근 사무총장(한국기독법률가협회 사무총장) 역시 “해외 한인들이 세계 각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국내법은 많지 않다”며 “올해는 해외 한인들의 참정권 보장, 세금 문제, 이중국적 문제 등을 심도깊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토론회에서는 미국이 한인 이주를 기념하며 제정한 ‘미주 한인의 날’(1월 13일)을 ‘대한민국 해외동포의 날’로 제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남대학교 김기천 석좌교수(LA카운티 커미셔너)는 “미국은 우리나라의 공식 이민사가 시작됐으며, 현재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며 ‘미주 한인의 날’을 ‘대한민국 해외동포의 날’로 제정하여 민족의 역량을 재결집하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전세계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요청했다.

한미인권연구소 차종환 박사는 “조국의 세계화와 영토 확장, 경제 발전의 공헌자인 해외 한인들의 기념일을 제정하여 국제적 인력을 확보하고 민족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