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모를 떠나 … 한 몸되라”는 설교 후 들리는 말이 많다. 소위 피드백이라 할 수 있는데, “김목사는 아직 아이들이 시집 장가를 가지 않아서 모른다”부터 시작해서 “이런 설교를 진작 들었으면 빨리 자식들을 떠나 보냈을텐데…….”까지 다양하다.

설교자로서 자기 설교에 반응이 있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말씀이 허공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삶에 파고 들어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 왔다가 떠날 때, 눈물을 훔친다는 부모의 마음을 김목사가 알겠는가? 집안일을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는 멋없는 아들이 장가가더니,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빨래 개는 모습에 섭섭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김목사가 알겠는가? 딸이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에, 둘이면 됐지 왜 또 애를 갖냐며 딸을 안쓰러워하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김목사가 알겠는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친정집에 와서 엄살을 피우는 딸이 밥하러 가야한다고 5시도 안돼서 나가는 뒷모습에 가슴시린 부모의 마음을 김목사는 알겠는가?

김목사는 모른다. 정말 모른다. 아직 아이들이 시집 장가 가보지 않아서 정말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샌디에고에서 올라왔던 아들이 주일예배 후 자기 쓰는 방을 깨끗이 치워놓고, 학교로 돌아간다고 엄마가 해준 빨래 한 바구니를 들고 나가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시린지 모르겠다. 딸이 자기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용돈으로 내 생일 선물을 사왔을 때, 왜 고마운 마음보다 아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지 잘 모르겠다.

아내가 결혼 할 때, 먼저 결혼한 친구목사 부인의 웨딩드레스를 빌려 “결혼비용” 절감했다고 기뻐하는 딸을 보고 속상해 하셨다는 장모님의 마음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아무리 춥고 배고픈 전도사와 결혼해도 다이아반지는 꼭 받아두어야 한다며 목에 힘주어 주장했다는 장모님의 마음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딸이 자기가 돈 벌면서 뒷바라지 해야할 신학생과 고생문이 훤한 길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웨딩마치를 하는 모습이 불쌍해서 우셨다는 장인 장모님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모처럼 보는 아내와의 약혼사진, 결혼사진에 유난히 장인 장모님의 얼굴이 안 좋으셨던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