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교수가 요한복음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교계의 반응은 기대 반, 근심 반이었다. EBS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데 요한복음을 교재로 쓴다는 것은 그만큼 전도 효과를 기대할만한 일이었다. 영어 열풍이 부는 요즘 고전 중의 고전인 성경을 교재로 사용한다는 것은 교회 입장에서는 대환영이었다. 요한복음이야말로 진리에 갈급한 현대인들이 영어공부를 하며 자연히 예수를 깨닫게 되는 최고의 교재인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근심이기도 했다. 평상시 기독교를 폄훼해 왔던 김 교수가 자칭 회심한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속사정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과 신학이라곤 한신대 중퇴가 전부인 그가 과연 기독교를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가르치겠느냐는 것이었다. 만약 김 교수 특유의 과장된 화법으로 엉터리 신학을 전하기라도 하면, 불신자들의 기독교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신앙인들에게도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김 교수가 EBS 강의에서 자칫 논란이 될만한 주제들에 관해서 함부로 발언하는 것 때문이다. ‘영어성경과 한국어성경은 잘못된 번역’, ‘구약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등 그의 주장은 많은 신앙인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신학적 논쟁을 떠나서 참으로 기독교적이지 못한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유명세가 떨어져 가던 김 교수가 갑자기 EBS 강의를 통해 주목을 받자 연달아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주장에 관해 기독교계는 “어이없다”,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말장난이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김 교수가 날마다 쏟아내는 발언들은 기독교계의 선교에 중대한 타격을 줄만큼 위협적이다. 이렇게 된다면, 김 교수가 진정 예수를 믿는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큰 문제다.

김 교수가 이런 식으로 기독교계를 자극한다면 그가 말한 자신의 학문적, 신앙적 본심까지도 왜곡되고야 말 것이다. 그는 왜 갑자기 영어강사가 되어 요한복음을 들고 나왔는가? 왜 자신만의 생각을 마치 기독교계의 정통 주장인 것처럼 가르치는가? 왜 갑자기 기독교 비판을 시작하는가?

김 교수는 자칭 학자요, 공인이요, 신앙인이다. 그렇다면 학자답게 검증되고 확인된 사실만을 말하라. 가설을 세우는 것이야 자유지만 그 가설을 진리인양 말하는 것은 학문의 기초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다. 또 공인답게 말을 가려서 하고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하라. 신앙인이라면 신앙인다운 태도를 가지라. 그렇지 않다면, 그가 했다는 회심도, 그가 하는 강의도 모두 그 진정성에 관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