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교수가 ‘구약성경 폐기’를 주장해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약성경은 유대인들의 민족신인 야훼(여호와)가 유대인들이 다른 신을 섬기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믿는 조건으로 애굽의 식민에서 해방시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주겠다고 유대인만을 대상으로 한 계약이며, 예수의 출현으로 새로운 계약(신약)이 성립된 만큼 구약은 당연히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구약은 초대 교회에서도 성경에서 떼어 내버리자는 말이 많았으나 초대교회가 제식의 측면에서 근거로 삼기 위해 참고문헌으로 붙여 놓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너희가 모세 율법을 믿느냐, 나를 믿느냐’는 물음을 한다”면서 “구약의 모세를 믿으려면 유대교로 가야하고, 우리나라에서 성황당을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대해 “공개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며 “이제 기독교단체들은 나와 협조하는 게 좋다. 나의 도움을 받아 기독교를 부흥시키는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의 문제는 성전 건축에만 매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약 신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구약학회 회장 왕대일 감신대 교수는 “여기에 대해 가타부타 할 가치도 없다. 그냥 무시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왕 교수는 “한국교회에 어느 누가 구약성경을 폐지하라고 하느냐”며 “이는 성경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영진 연세대 구약학 교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김용옥 교수가 자극적인 말로 세상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학 전문가 아닌 아마추어가 하는 이야기에 대꾸할 필요조차 없다”며 “구약이 없으면 신약도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교수는 “초기 교회사를 보면 구약 폐지를 주장한 ‘마르시온’이란 이단자가 나온다”며 “마르시온은 바울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지만 ‘구약이 신약을 위한 준비의 말씀’이었다는 바울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율법이 사람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한다는 가르침도 깨닫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세영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는 “구약이 없는 신약은 의미가 없다”며 “예수님도 구약을 인용하셨고 구약 위에 새 계약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김용옥 교수의 말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과거의 역사가 지나간 것이므로 필요없다고 말하지 않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