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제로 교단이 분열되고 있는 세계성공회가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공식 논의한다.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탄자니아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는 보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영국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 자유적 입장을 갖고 있는 미국성공회의 캐서린 제퍼츠 셔리 수좌주교, 분열 위기에 놓인 아프리카성공회를 대표해 나이지리아 출신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가 참석한다.

미국, 캐나다 성공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면서부터 가속화된 세계성공회의 분열은 동성애 지지자인 셔리 주교가 미국성공회의 수좌주교로 임명되면서부터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는 미국성공회의 분열이다. 자유적 입장을 가진 미국성공회 내에서도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와 교구들이 대거 보수적 영국성공회로 이탈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성공회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영국성공회는 최근 동성애를 지지하는 교회나 관구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만큼 영국성공회가 체감하는 동성애의 위협이 거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영국성공회를 필두로 하는 보수적 입장과 미국성공회를 필두로 하는 자유적 입장은 연쇄적으로 전세계 성공회의 분열을 낳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아프리카성공회다. 보수적 입장과 자유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분열의 위기에 놓였다.

이번에 탄자니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세계성공회의 입장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2008년 램버스회의(10년마다 열리는 세계성공회 최고위 성직자 주교회의)까지 교단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월 말 북아일랜드에 모인 세계성공회 지도자들은 ‘세계성공회 지도자회의’를 마치며 미국과 캐나다 성공회가 자발적으로 성공회협의위원회(Anglican Consultative Council·ACC)를 탈퇴하라고 권고했다. 자유적 물결에 대한 세계성공회 지도자들의 방어였다.

그러나 강한 보수적 입장을 가진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동성애 문제로 교단이 분열되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이 논쟁으로 인한 교단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교회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