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기독교 폄훼 발언으로 기독교계와 마찰을 빚은 바 있는 도올 김용옥 교수가 EBS에서 요한복음 강의를 시작했다. 김 교수의 강의는 EBS 웹사이트에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이라는 제목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강의에서 “(한국어 신약성경의) ‘회개하라’는 문제가 있는 번역”이라며 “헬라어 ‘메타노이아’의 (원뜻에 따라) ‘마음의 상태를 바꾸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개하라’(Repent)는 문제가 있는 번역이다. 예수는 ‘메타노이아’ 즉 마음의 방향을 바꾸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예수는 ‘생각을 좀 바꾸자’ ‘보편적인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게 뭔가’ ‘다시 한번 너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메타노이아를 쓴 것인데 ‘회개하라’라고 잘못 번역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말씀 혹은 진리를 의미하는 ‘logos’에 대해서도 ‘인간의 정신’, ‘인간의 마음’과 연관짓는 등 정통신학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성경은 천재적 제자들이 예수님의 어록을 기초로 드라마처럼 구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의 요한복음 강의에 대해서는 당초부터 신학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강의가 시작되자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김 교수의 강의 내용이 신학적으로 볼 때,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김 교수 특유의 과장스런 화법과 표현은 비신앙인은 물론, 신앙인들에게도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심어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회개하라’의 헬라어 원어인 ‘메타노이아’가 ‘마음의 상태를 바꾸라’는 뜻이 맞더라도 그것을 잘못된 번역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할 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로고스’를 ‘인간의 정신’, 신약성경을 ‘드라마적 구성’이라고 표현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는 김 교수의 신학적 오류에 대한 비판은 물론, 신학적 배경이 없는 김 교수의 강의를 EBS가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도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 대만대, 동경대, 하버드대 등의 학력을 가진 김 교수의 신학적 이력은 한신대 중퇴가 유일하다.

웨스트민스터대학원대학교 신약학 이필찬 교수는 “김 교수의 말대로 원어 ‘메타노이아’는 ‘마음의 상태를 바꾸라’는 뜻이 맞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회개하란 뜻이고 영어 성경은 ‘repent’, 한국어 성경은 ‘회개하라’라고 번역돼 있다. 김 교수가 자극적인 표현으로 오해를 유발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한기총 이용규 대표회장은 “성서학자도 아니고 정통 기독교인도 아닌 사람의 자기만의 철학강의가 EBS를 통해 나간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며 “앞으로의 발언들을 지켜보면서 공식적으로 EBS 측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는 8일 논평을 내고 “EBS에 공문을 보내 예견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나 이를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며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도올의 강의를 국민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는 어떤 이단의 주장보다도 파급력을 얻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 2000년 10월 KBS 1TV 금요프로인 ‘도올의 논어 이야기’에서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 “예수는 사생아다” “로마에는 호적령이 있지도 않았고 마리아가 만삭이 된 몸으로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가서 예수를 낳았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등 거친 표현으로 기독교계와 극심한 마찰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