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아스포라 선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현재 전세계 디아스포라는 2억명으로, 세계인구 중 3%를 차지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인구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란 오늘날 언어와 문화의 단일성을 뛰어 넘어 세계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이주해 살아가는 제3의 집단을 말한다.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황은 어떠할까? 현재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850만명으로 한국 전체 5천만 인구 중 17%를 차지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숫자로는 중국이 5,500만명으로 가장 많지만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진다면 불과 4.1%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인구비율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조기유학의 증대, 중소기업 해외투자 확대, 고령자 해외거주가 증가하면서 한국인 디아스포라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차 로잔대회가 1, 2차 로잔대회와 큰 차이점이라면 디아스포라 선교의 강조이다. 1, 2차 대회에서는 도날드 맥가브란과 랄프 윈터 박사에 의해 미전도종족 선교가 강조되면서 미전도종족 입양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기도 했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는 디아스포라 선교가 급부상하였다. 디아스포라 선교는 오후에 열린 멀티플렉스(multiplex) 시간에 다루어졌는데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였다. 발제자로는 사디리 티라(Sadiri Joy Tira, 필리핀), 티브이 토마스(TV Thomas, 말레이시아), 에녹 완(Enoch Wan, 홍콩)이 나섰다. 티라는 현대선교의 큰 변화 중 하나로 “전통적인 선교에서 디아스포라 선교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디아스포라 선교가 강조되는 이유로는 쓰나미,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나 생태계 파괴와 같은 인간이 만든 재해, 경제적 혹은 교육적 필요와 기회 때문에 국제간의 이동이 더욱 잦아졌기 때문이다.

▲ 제3차 로잔대회 의장인 더그 버드셀(S. Douglas Birdsall)이 연설하고 있다. ⓒ안희열 교수

▲아프리카 찬양팀의 파워풀한 찬양 모습 ⓒ안희열 교수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앞으로 디아스포라 선교를 어떻게 잘 감당해야 할 것인가. 첫번째 디아스포라가 ‘세상의 꿈’(Success Dream)이 아닌 ‘하나님의 꿈’(Divine Dream)을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 디아스포라 가운데 대다수가 데라 같은 사람이 많다. 창세기 11장31절부터 12장3절까지 보면 데라는 자기 아들 아브라함과 함께 고향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이동했다. 그가 중간 기착지인 하란에 머물렀을 때 그곳은 너무 풍요로웠다. 필자가 2년 전 터키의 하란을 방문하였는데 가이드의 안내에 따르면 하란에서 가장 큰 수박은 무려 1m60cm나 되며 무게가 자그마치 60kg나 되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이라고 했다.

1천km를 달려온 데라에게 하란은 그야말로 축복의 땅이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보다는 지금 당장 하란이 좋게 보인 것이다. 그래서 창세기 11장31절에 “데라는 나이가 이백오 세가 되어 하란에서 죽었더라”고 하였다. 데라는 하란에서 성공하고 싶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들이 가지는 꿈이라 할 수 있다. 가나안으로 가서 이방인을 주님께 데려오는 ‘하나님의 꿈’ 보다는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의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다르다. 아브라함에게 명하였듯이 가나안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가 풍족한 삶을 버리고 다시 가나안까지 5백km를 가야 했지만 순종하였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디아스포라를 향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로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는 ‘1차적 목회’(원초적 목회)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 선교사는 목양(caring), 자녀교육, 선교동원을 선교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디아스포라 선교사들은 거의 대부분 목사이다 보니 목회에 관심이 많다. 특별히 한국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지 않은 채 선교지로 파송 받아 선교사의 마인드가 약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디아스포라 목회자는 목사이면서 동시에 선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디아스포라 선교사는 대체로 목양하는 일, 소위 장년 사역에 관심이 있지 어린이나 청소년 사역에는 관심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즉, ‘1차적 목회’(원초적 목회)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어라는 장애물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년 중심의 목회를 한다. 이렇게 되면 목사로서 생계를 이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키우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디아스포라 선교를 하는 목회자는 원초적 목회에서 벗어나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로 디아스포라 선교는 ‘선교허브’(mission hub)가 되어야 한다. 1세대 디아스포라 선교사는 한인 1.5세나 2세들의 헌신과 잠재력을 일깨우는데 사명을 지녀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인 1세대는 열정은 있지만 언어가 약하고, 한인 2세대는 언어는 탁월하지만 열정이 약한 것이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도행전 10장과 11장에 각각 나타난 베드로와 바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도행전에서 이방인 전도에 최초로 앞장선 사람은 바울이 아니라 베드로였다. 베드로는 아람어를 사용하는 자로 헬라어를 쓰는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부적합할는지 모른다. 오히려 바울이 탁월하다. 로마 시민권을 가진 자로 헬라어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바울은 자신의 고향 다소에 있었고 하나님의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베드로를 시켜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을 것이다. 이 사실을 바울은 다소에서 알게 되었고 ‘이것은 내 일(job)인데’라고 스스로 생각했을는지 모른다.

바울이 다소에서 깊이 회개하고 겸손해졌을 때 기회가 주어졌다. 안디옥교회가 성장하면서 바나바는 바울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겸손과 온유로 가득한 바울은 하나님의 말씀에 먼저 순종하는 자였다. 하나님은 이런 ‘마음’을 보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큰 선교사역을 맡기셨다. 바울은 고린도, 에베소, 갈라디아를 뛰어넘어 로마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였다. 바로 그렇다. 1세대는 베드로와 같아야 하고, 2세대는 바울 같은 자가 되어야 한다. 1세대 디아스포라 선교사가 베드로처럼 복음의 열정을 보여 바울 같은 2세대로 하여금 1세대의 열정을 보고 세계 각 지역에 돌아다니며 복음 전하는 자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교허브’의 역할이다. 디아스포라 선교는 처음에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지만, 종국에는 바울 같은 2세대들이 나와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한민족을 전세계에 흩어지게 한 이유이다. 전세계에 흩어진 850만 한인 디아스포라는 이제 하늘의 씨앗이 되어 선교허브가 되어야 한다.

안희열 교수

-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