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 청년교인들을 신앙으로 묶어 교계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다” 몇 년 전, 김성도 목사(열방교회)가 교회협의회 제 35대 회장에 피선되면서 당차게 내 놓은 취임 일성(一聲)이었다. 공약(?)대로 기독청년 연합체 결성을 첫 신호로 그의 야심찬 프로젝트 들이 차례로 가동되면서 실로 오랜만에 신선한 바람을 교계 안에 불어 넣었다.

청년연합 명의로 모인 행사가 10여 차례에, 소요된 경비만도 무려 1만1,440 달러라는 결산보고가 말해 주듯이 그의 업적이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는 서슴없는 평가들이다.

과거 청년들을 위한 행사가 고작 한두 번 구색 맞춤으로 끝난데 반해 김 회장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다른 사업이 도외시 됐을 만큼 젊은이들 행사에 무척 헌신적이었다는 해석에 의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작, 문제는 이런 차세대 리더들을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 젊은 목사들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음에 대한 아쉬움과 염려다. 그것도 1년에 단 한번뿐인 정기총회 자리에 고작 임용락, 예경해 목사 등, 겨우 두세 사람 말고는,..... 이런 기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날도 다수 원로목사님(태반이 전직 회장)들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회의자체가 무산 될 뻔했다. 다행히 성회 정족수가 20명이기에 망정이지.

항상 되풀이 되는 상황이고 교계의 고질적인 병이다. 헌데, 어느 모임에선가? 젊은 후배목사 하나가 필자의 옆자리에 와 앉으면서 “와, 전부 노인들 뿐이네,...” 무심히 내 뱉은 패륜적인 말 한마디에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설마 요새 젊은 목사들이 원로목사님들을 폐기 처분될 고려장 감으로 바라보는 대표적 시각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어쩌는가, 일부 젊은 목사들 눈에 퇴물처럼 보이는 바로 그 노구(老軀)들이라도 후배들 빈자리를 대신 채워 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 별로 신통치 않아서 하는 말이다. 그럼, 혹시 이런게 오히려 젊은 후배들에게 거부감을 주게 한 걸까? 그렇다면 그건 투정이지 이유가 될 수 없다. 왜냐 하면 설마 노인교인들도 상당수 있고 심지어 노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목사가 어찌 그런 이중성의 감정을 품었을까 해서다. 공정한 경쟁에서 밀린게 아니고 처음부터 경기를 포기한 선수가 상대방의 승리를 비난하는 것만큼 비겁한 짓은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당당하게 선배들을 제치고 선두로 나서는게 바른 처신 일 텐데, 도대체 그 젊음,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제발, 젊은 목사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에 밀려 그 때문에 노인 목사님들이 앉을자리를 잃게 된다면 그게 오히려 교협을 위한 밝은 미래가 아니겠는가. 지금 젊은 목회자들에게 거는 교계의 기대는 크다. 오죽하면 워싱턴지역 원로목사님들이 이날 36대 신임회장에 선출된 배현수 목사(워싱톤 소망교회)에게 “부디 젊은 목사들을 위해 신경 많이 써 달라” 는 당부까지 했겠는가.

(10월25일 교회협의회 36차 총회 폐막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