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최고위 북한 망명객의 장례가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인사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인사였기에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북한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관계로 노골적인 암살 위협에 시달려 왔습니다. 실제로 암살 임무를 띠고 한국으로 침투한 간첩들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무총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노골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암살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찰이 상시 경호를 했던 것입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욕조였습니다. 평소 시계처럼 정확하게 일상을 보내던 고인이 외출할 시간에 나오지 않자 경호팀이 안에 들어가서 확인하다가 발견된 것입니다. 경찰은 욕조에서 발견되었고 욕조의 물이 따듯한 것을 보아 아침에 반신욕을 하다가 숨진 것 같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침에 욕조에서 숨진 것이 아니라 시신이 발견되기 18시간 전에 사망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도 며칠 동안 발표를 미루다가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난 후에 발표를 했습니다.

당연히 경찰 경호팀의 책임이 거론되었습니다. 암살 위협에 처한 인사가 숨졌는데도 어떻게 18시간을 모르고 지낼 수 있느냐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경찰은 사생활 간섭을 싫어하는 고인의 뜻에 따라 내실에 있을 때는 간섭하지 않고 두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욕조의 물이 따듯했다는 처음 발표조차도 경찰 경호팀이 책임 회피를 위해서 사망 직후 발견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국가나 가정이나, 기업이나 교회 공동체에서나 예기치 못했던 위기나 사고가 생깁니다. 그럴 때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이 다양합니다. 놀랍게도 가장 흔한 첫 번째 반응은 책임 회피와 자기 방어를 위한 행동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사고치고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탓합니다. “내가 안 그랬어”가 입에 올라 있습니다. 핑계를 만드는 데 익숙합니다. 처음으로 보이는 행동은 사건을 수습하려는 동기보다도,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동기보다도 책임회피와 책임 전가라는 동기가 지배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명분을 따지며, 정의를 부르짖는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남모르게 저지른 잘못이 있어서 그러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본성이 죄에 물든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런 습성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기 책임임을 인정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적습니다. 공동체의 유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행동을 하는 사람도 참으로 적습니다.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명이 인생의 추진력이 되는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서 행동합니다. 성실과 충성으로 사는 사람은 더 큰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서 말하고 행동하고 선택합니다. 개인의 이익을 포기한 사람들이 그나마 쉽게 사명과 충성의 길을 걷게 됩니다. 공직자에게 청렴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직은 자기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할 수 없어야 합니다. 사명과 충성이라는 덕목이 자기희생을 이겨낼 정도가 되지 않는 사람은 정치나, 공직이나 공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목회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방어와 책임회피와 핑계 만들기로 인생을 산다고 해도 사명의식과 충성에 인생을 거는 소수가 있으면 그래도 공동체는 생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