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에서 상담 드립니다.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P 집사입니다. 저에 대한 소개를 잠시 드리겠습니다. 저는 결혼 전에는 예수님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믿음의 가정에 시집와서 두 자녀를 낳고, 권사님이신 시어머님이 다니시는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에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은혜를 받고 믿음이 점점 자라서 그 교회의 여전도회 회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시어머님과 남편이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서 하나님의 품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두 자녀들을 힘들게 키우며 더욱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저희 교회에 제직 선거가 있었는데, 제가 권사에 선출되었지요. 그런데, 제직에 선출된 사람들이 임직을 받기 위해서는 장로, 권사, 안수 집사 직분자 별로 상당 금액을 교회에 헌납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교회의 조치에 너무나 당황이 됩니다. 하나님께 감사해서 믿음으로 헌금을 드린다면 몰라도, 직분을 받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상당액을 미리 헌납해야 직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목사님, 이러한 교회 제도가 성경적입니까? 제가 신앙의 경륜이 짧아서 교회의 관행을 잘 모르는 것입니까? 아니면, 저의 개인적인 생활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공연히 불평하는 것입니까? 답답한 심정으로 상담 드립니다.


A: 집사님께서 예수님을 모르고 사시다가 믿음의 가정으로 시집오게 된 자체가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해 주신 줄 믿습니다. 비록 시어머님과 남편께서 먼저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지만,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두 자녀들을 믿음으로 키우시는 집사님을 위로하며 격려해 드리고 싶습니다. 집사님께서는 여전도회의 중요한 일을 맡으며, 몸과 마음과 시간과 물질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고 충성하신 줄 믿습니다. 더욱이 하나님께서 집사님의 수고와 헌신을 기쁘게 받으시고, 새로운 귀한 권사님의 직분을 주시려고, 제직 선거에서 권사님으로 선출 되신 줄 믿습니다.

하지만, 선출된 예비 직분자들에게 규정 금액의 헌납을 요구하는 교회의 조처에 많이 당황이 되시고 혼란스러우시겠습니다. 그 동안 하나님께서 집사님에게 베푸신 은혜와 사랑을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시겠지만, 그러한 마음이 기도로 준비되고 실제로 결단하기도 전에, 교회의 물질 요구를 듣고 뜨거웠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셨을 것 같습니다.

문의 하신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한 말씀을 드립니다. 신, 구약 성경에서 교회의 직분을 받기 위해서 미리 물질을 헌납했다는 말씀은 없습니다. 로마서 12장 6-8절, 고린도 전서 12: 4-11절, 그리고 에베소서 4:11,12절에서, 하나님은 예수님을 믿는 각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한 성령 안에서 은사가 주어진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은사(gift)는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값없이 거저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그 목적은 교회의 덕을 세우고 각 성도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사도행전 8장 9-24절에는 마술사 시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사마리아 지방에서 마술을 잘 하기로 소문이 났던 사람인데, 베드로와 요한 사도들이 사람들에게 안수할 때, 그들이 예수님을 믿고 성령을 받는 것을 보고 사도들에게 돈을 주며 이렇게 요청합니다. “이 권능을 내게도 주어 누구든지 내가 안수하는 사람은 성령을 받게 하여 주소서.” 이때 베드로는 크게 꾸짖습니다. “네가 하나님의 선물(NIV, the gift of God)을 돈 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함께 망할찌어다. 하나님 앞에서 네 마음이 바르지 못하니, 이 도에는 네가 관계도 없고, 분깃될 것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너의 이 악함을 회개하고 주께 기도하라. 혹 마음에 품은 것을 사하여 주시리라.” 만일 오늘날 사도 베드로가 살아 있다면, 집사님의 교회에 똑 같은 말씀을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교회의 어떤 직분이라도 물질로 거래된다면, 하나님이 심히 진노하실 일입니다. 당회, 제직회, 공동 의회라는 교회의 형식적 절차를 거쳐서 직분자가 선출되었다면, 그 다음에 자연스런 후속 절차를 따라서 임명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중간에 다른 어떤 부수적 절차, 특히 물질 헌납과 같은 비공식적 행위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것이 만일 교회의 관행으로 굳어졌다면, 교회 전체가 회개함으로 영적 암을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귀한 직분을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서 드리는 헌금은 교회의 몫이 아니라, 직분자 개인의 몫입니다. 개혁 교회(Reformed Church)는 말 그대로 개혁하는 교회(Reformative Church)입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는 믿음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면죄부를 팔아서 휘황찬란한 대성당을 지으며, 타락과 부패의 길을 걸었던 중세 말 카톨릭 교회의 전철을 개신 교회가 반복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어떤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 넣는 것을 보시고 가라사대 이 가난한 과부가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저들은 그 풍족한 중에서 헌금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구차한 중에서 자기의 있는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누가 복음 21:2,3) 오늘도 살아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에 큰 위로를 받으시고, 한결 같은 믿음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