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본은 자기네들이 김치(기무치)의 원조라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기무치라는 이름을 등록하고 일본이 김치의 종주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진정한 김치 종주국은 한국”이라며 올바른 판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 보면, 옛날에는 일본이 거의 모든 것을 한국에서 배워갔다는 사실을 당장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김치를 자기네들에게 배워왔다고 생떼를 쓰니 그야말로 황당한 일입니다.

김치는 한국 음식 어디에 넣어도 그 맛을 돋구어줍니다. 심지어 ‘김치 햄버거’나 ‘김치 피자’까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김치가 빠진 한식은 한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김치는 한국인들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에서는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민족적 소동이 일고 있었습니다. 금년 여름에 너무 잦은 비에, 9월에 태풍 ‘곤파스’가 지나가면서 배추농사를 망쳐 놓았다는 것입니다.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5천원까지 올라서 김치가 금(金)치가 되었다고 합니다. 무료 급식소에서는 김치 기부가 중단되어 식탁에서 김치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급기야 아예 정부까지 나서 중국산 배추를 긴급 공수하는 등 '김치대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7일 서울을 떠나기 전에 조간신문을 보니 김장할 배추는 넉넉하다고 합니다. 농협중앙회는 김장용 배추를 온라인으로 한 포기에 2천원에 미리 주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1만5천원에 비하면 얼마나 저렴한 편입니까?

필자는 이번 배추 파동을 바라보면서 민족성의 단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면 천천히 대처하려 하지 않고, 감정을 앞세워 무슨 난리라도 난 것처럼 난리법썩을 피우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등 성급함이 반복됩니다.

이에 비해 중국인들의 성격을 표현할 때 흔히 만만디(慢慢的)로 나타냅니다. 만만디란 말 그대로 느릿느릿하다는 말입니다. 금번 중국여행에서는 유난히 관광버스를 많이 탔습니다. 길이 막혀도, 누가 버스 앞에 차머리를 들이밀며 뚫고 들어와도 운전기사는 거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채 운전에만 마음을 쓰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조선족 안내인들에게 물어보니, 중국 운전기사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했습니다. 가면 가고, 막히면 기다리고... 그야말로 ‘만만디’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김장철 전에 배추가 부족하면 깍두기를 담아 먹든지 무채를 만들어 먹으면서 조급해하지 말고, 배추 몇 포기를 사려고 몇 백 미터 줄을 서거나 새치기하며 다투지 않는 면을 보여주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설령 ‘만만디’까지는 모른다 할지라도 조금 느긋함과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에서도 서두를 것은 느긋하게 하고, 느긋해야 할 것은 서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샬롬!
목양실에서 문창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