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으로의 마지막 방문길, 성전으로 가시는 길에 예수님은 한 무화과 나무를 보셨다. 예수님은 그 무화과 나무에서 열매를 구하셨지만 잎사귀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나무를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내게서 열매를 먹지 못하리라.” 마가는 여기에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막 11:13)’는 말을 더하여 기록하였다.

무화과 열매를 구할 수 없는 때에 열매를 찾으신 예수님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열매를 맺는 철이 아님에도 열매가 없다며 나무를 저주(?) 하신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본문을 이해하는 데 곤혹스러워 한다. 그래서 무화과 저주 사건을 잘못 이해하므로 옳지 않은 해석을 시도하는 일들이 있어 여기에 무화과 나무가 마른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배경을 간단히 소개한다.

무화과는 히브리어로 트에나라 발음한다.(신 8:8, 삿 9:10, 왕하 20:7). 트에나의 복수는 트에님이다. 보통 무화과를 복수로 표현할 때는 나무 보다는 열매를 가리킨다. 셈어에서 트에나가 어디에서 기원했는 지는 알 수 없다. 성경에는 무화과를 가리키는 다른 용어가 몇 개 가 있는데 이것이 무화과 나무가 마른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스라엘에서 무화과 수확은 연중 몇 차례 할 수 있지만, 성경에서 ‘시기가 다른 두 차례 무화과 수확’을 무화과의 다른 용어에서 파악할 수 있다. 보통 3~4월 경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여 5~6월 경에 수확하는 무화과가 있는데 이 무화과는 트에나로 부르지 않고 비쿠라로 부른다. 이사야 28장 4절은 이 무화과를 ‘여름이 오기 전에 맨 먼저 익은 무화과’라고 번역하였다. 히브리인들은 이 처음 익은 무화과를 맛있는 과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여름에 자라기 시작하여 8~9월 경에 수확하는 무화과가 있는데, 이것을 트에나라고 부른다. 트에나는 ‘여름 실과, 여름 무화과, 늦은 무화과 또는 푸른 무화과’로도 불렀다.(렘 48:32, 삼하 16:1)

이 여름 무화과(여름 실과, 늦은 과실, 푸른 과실)는 간혹 겨울을 다 보내고 이듬 해 초까지 나무에 달려 있을 때가 있는 데, 이것을 파그 또는 파가 라고 한다. 그래서 파크(또는 파가)는 ‘추수하지 않은 푸른 무화과’란 뜻을 갖고 있다. 벳파게란 이름은 바로 여기에서 파생되었는데, 그 뜻은 ‘푸른 무화과의 집’이란 의미이다.

마가복음에, 예수님께서 열매를 구하셨지만 그러나 열매를 찾지 못하여 나무를 저주하셨는데, 그때는 무화과의 때가 아니라고 기록된 말씀은 이런 무화과 배경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가가 유월절 즈음인 3월 말을 무화과의 때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트에나의 수확 시기가 아님을 말한 것이며, 예수님께서 무화과 열매를 찾으신 것은 트에나가 아닌 3~4월 경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비쿠라 또는 전년도의 여름 실과가 떨어지지 않고 겨우내 달려있던 파가로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이 무화과 사건의 결론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저주하신 무화과 나무가 마른 것을 보았다. 그래서 제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무화과 나무가 어찌하여 곧 말랐나이까?(마21:20)” 여기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예수님의 대답은 ‘만일 누구든지 이 나무처럼 열매 맺지 못하면, 말라져 불에 탈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은 우리의 생각하고는 달랐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가 믿음이 있고 의심하지 아니하면 이 무화과 나무에게 된 이런 일만 할 뿐 아니라 이 산더러 들려 바다에 던져지라 하여도 될 것이요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 하시니라(마 21:21~22, 막 11:23~24).”

그러므로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신 사건’을 통하여 우리가 얻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을 것이란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중대한 약속’과 ‘열매 맺지 못한 이는 망하게 될 것’이란 강렬한 교훈이 우리가 배우는 가르침이다.

(1) 무화과는 가나안의 대표적인 실과 중의 하나이다(민 8:23). 무화과는 수확한 그대로 먹기도 했지만, 때로는 말려서 또는 빵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사무엘 상 30:12에는 무화과로 만든 빵(무화과 뭉치)을 드벨라로 불렀는데(삼상 30:12), 무화과 반죽(드벨렛 트에님)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왕하 20:7). 무화과는 포도와 함께 평화와 번역(미 4:4, 사 36:16)을 상징하였고, 실패와 패망은 무화과 나무가 베인 것으로 묘사되었다(시 105:33). 사사기 9장의 요담 비유에서는 무화과를 단 것과 아름다움으로 비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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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