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전쟁 당시만 해도 미군의 최고위 계급은 별이 두 개였다. 총사령관인 조지 워싱턴도 처음엔 별 두 개를 달았으나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 별 하나가 추가됐다. 요즘으로 치면 중장으로 진급한 셈이다.

미국에서 대장 계급이 생겨난 것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다. 군 서열 1위인 참모총장(합참의장 보직은 한국전쟁 당시 신설)에게만 별 넷을 달아줬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 계급장이어서 퇴임하면 원래 계급인 별 두 개로 되돌아갔다. 아무도 워싱턴의 별 세 개에 근접하지 못했다.

계급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별 다섯 개, 소위 '원수'가 나오자 미국도 이에 맞춰야 했다. 더글러스 맥아더, 조지 마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전쟁 주역들에게 '별 다섯 개(the general of the Army)'를 줬다. 이 바람에 워싱턴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워싱턴은 그러나 훗날 화려하게 재기한다. 1976년 7월4일부로 '조지 워싱턴 중장'은 '별 여섯 개(the general of the Armies)'의 이른바 '대원수'로 특진한 것.

연방 상.하원이 조지 워싱턴 특진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백악관에 회부하자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은 지체없이 서명해 법안이 발효됐다.

법안은 2개 조항으로 짧았으나 시사하는 바는 아주 컸다.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에도 워싱턴은 미군의 최고 선임자라고 못박았다. 그래서 워싱턴을 일컬어 '항상 영원히(always and forever)' 현역이라고 부른다. 이 규정 때문에 미국에선 어느 누구도 별 여섯 개는 달 수 없게 됐다.

200년 전 죽은 사람을 왜 굳이 현역으로 남게 했을까. 맥아더의 망령을 잠재우기 위해서란 것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일본이 항복하기 직전 미국은 지상최대의 상륙작전을 펴 본토를 공격할 계획이었다. 맥아더를 6성 장군으로 승진시켜 작전을 총괄케 할 방침이었지만 원폭이 투하돼 무산됐다.

1950년대 중반 맥아더는 다시 별 여섯 개를 달 기회가 있었다. 연방의회에 그의 승진법안이 상정됐으나 맥아더 본인이 적극 고사해 흐지부지됐다. 마지막으로 그의 승진을 추진한 대통령은 케네디. 그러나 도중 암살당하는 바람에 '맥아더 대원수' 프로젝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도 먼 훗날 혹시 맥아더를 포함해 다른 장군들에게도 별 여섯 개를 추서하자는 얘기가 나올까봐 의회는 워싱턴에 '항상 영원히' 군 최고 선임자란 타이틀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독재왕권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 준 '건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위해서 내린 조치였다.

엊그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에게 대장 계급장을 달아줬다고 해서 지구촌 최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생년월일도 분명치 않은 '애송이 장군'이어서인지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마치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이라며 코미디란 말도 덧붙였다.

북한의 계급장을 보면 미국의 선례를 따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일성 전 주석은 대원수다. 그도 워싱턴처럼 '항상 영원히' 인민군 최고 선임자로 남아있다. 김정일도 아버지를 감히 넘볼 수 없어 계급이 원수다.

별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만 주민들을 공포와 굶주림으로 몰아넣고 있는 김정일 부자. 누구나 별은 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달아서는 안 되는 게 별인데…. 

박현일 기자, 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