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 두 번씩 만나는 버지니아의 침례교회 목사님들 모임이 있습니다. 트랜스포메이셔널 패스터스라는 이름으로 모입니다. 주로 40대 목사들입니다. 늘 만나는 13명의 목사들 외에 16명까지 모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 흑인 목사님이 한 분이고 한국인인 저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백인들입니다. 대부분 최근에 눈에 띄는 빠른 성장을 이룬 대형 교회 목사님들이고 사이트교회 등 혁신적인 목회 방법을 앞장서서 적용하는 목사님들입니다.

그 중에서 북버지니아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4명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버지니아의 시골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분들입니다. 이번에 페어팩스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부부 동반으로 모이는 연례 모임입니다. 3일 동안 모여서 그 동안 각자의 가정과 삶, 교회 목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두 세명의 존경받는 리더들을 초청해서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사모님들은 따로 모여서 대화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가집니다.

이번에 5년 만에 북버지니아에서 모이는 기회였기 때문에 첫날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모임 장소인 호텔에서 아주 가까운 한국 식당이 있어서 푸짐한 한국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참석하신 목사님들과 사모님들 중에서 한국 음식을 처음 먹어 보신 분들이 생각 밖으로 많았습니다. 전, 잡채, 만두, 갈비, 비빔밥 등 하나 하나 새로운 체험을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외국 음식을 거의 접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긴장한 듯 했지만 너무도 즐겁게 잘 드셨습니다.

사모님들 중에서 암 치료 후 회복 되는 분들도 있었고 건강이 나빠서 음식과 몸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분들도 있었는데 특히 그런 분들이 더 많이 좋아 하시는 듯 했습니다.

그 날 식사 대접을 맡은 교우의 인사말과 간증을 들으시고 한인교회와 성도들에 대해서 새로운 깊은 인상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한결같이 레시피에 대해서 물어보시고 요리책을 구할 길이 있느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첫날 저녁부터 시작해서 사흘 내내 모일 때마다 한국 음식 먹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서 수백년을 이어서 살았던 토박이들에 비해서 아무래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한인 교회 목사이지만 하루 저녁 푸짐한 대접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대하는 것이 더 친밀해 진 것 같았습니다.

이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류 교회에 대접하고 베풀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교단에서 지원받고 백인교회에 신세지면서 갚을 기회를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신세 갚는 차원에서 열심히 대접하고 베풀어 줄 뿐 아니라 이제 보다 더 적극적인 리더십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챙겨줘야겠습니다. 베풀어 준 사람이 리더십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베풀어 주면 마음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베풀어 주면 무장이 해제되고 베풀어 주면 다가오고 베풀어 주면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날 모임에 두 번째로 참석한 어떤 목사님과 사모님이 같은 식탁에 앉게 되었습니다. 식사 중에 불쑥 사모님이 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교회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서 시작해서 곧 바로 마음을 열고 개인적인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는 깊은 대화가 시작 되었습니다. 식사 대접으로 마음이 열린 것입니다.